세계일보

검색

코로나19 확산에 “대구사태·손절·무능”…비하 표현에 두 번 우는 TK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14 10:09:04 수정 : 2020-03-14 16:02: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진료활동을 마친 한 의료진의 얼굴에 오랜 시간 고글 착용으로 생긴 상처에 반창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우리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

 

지난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에서 진행자 김어준씨의 이 같은 발언이 대구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대구 상황을 설명하며 ‘대구 사태’라는 말을 꺼냈다. 그는 “이 추세라면 다음 주면 400명, 300명당 1명꼴로 코로나 확진자가 대구에서 나올 것”이라며 “보수야당은 왜 대구시민이 요구하는 (신천지) 강제수사를 검찰에 압박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청취자들은 김씨 발언에 TBS 홈페이지에 “대구 시민을 비하했다”는 항의 글을 남기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 보수단체는 “중국발 폐렴 바이러스 사태를 ‘대구 사태’라 명명하는 것은 대구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TBS 측은 9일 “대구 시민을 비하하고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검찰, 일부 언론, 보수 야당을 상대로 대구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방역 대책을 강하게 촉구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으나 같은 날 진중권 동양대 교수까지 “지역 혐오 발언도 요즘은 그냥 콘텐츠”라고 비난에 가세하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관련 TBS 시청자게시판 캡처.

◆ 코로나19에 “대구손절” “대구무능” TK 정치색과 연관된 비하 잇따라

 

TK(대구·경북)지역에서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일부 인사들의 지역 비하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21대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와 해당 지역의 정치성향을 연관 지은 차별적 발언들이 구설수에 오르는 상황이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소속 당원이었던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차피 대구경북은 미래통합당 지역”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타지역은 안전하게 잘 보호해줘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해졌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어 “대구는 미래통합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며 “표는 미래통합당에 몰빵하면서 위기 때는 문재인에게 바라는 게 왜 많은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이 글은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논란을 키웠다. 결국 민주당 전국청년위 윤리위원회는 지난 6일 “당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A씨가 맞았던 일자리분과위원 등 보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원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대구·경북 지역민의 ‘무능탓’이라고 돌려 또 다시 누리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독자 제

지난 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소속 당원 B씨가 페이스북에 “자치단체장 한국당 출신 지역 대구·경북에서만 어떤 사단이 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눈 크게 뜨고 보라”며 “신천지와 코로나19의 위협은 전국에 있지만 대구·경북에서만 아주 두드러지게 심각한 이유는 한국당과 그것들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의 엄청난 무능도 큰 몫을 하는 것이다”라는 글을 남겨 공분을 샀다. 해당 글이 일파만파 공유되며 비난받자 다음날 B씨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소설가 공지영 작가(왼쪽 사진)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담은 그래픽(오른쪽 사진)과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현황판을 함께 올리면서 “투표의 중요성”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공지영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주 글을 남겨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가진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도 ‘TK 비하’ 논란은 이어졌다. 소설가 공지영 작가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TK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 수와 함께 “투표 잘합시다”라는 글을 남겼다. “코로나19 이것이 투표 똑바로 하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고 적은 다른 누리꾼의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이 “투표를 잘못한 탓에 대구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것인가”라고 질타하자 공 작가는 “대구·경북의 시장과 도지사는 세월호 아이들을 그렇게 보내고도 아무 반성도 안 한 박근혜 정권을 아직도 옹호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런 사람들을 뽑은 투표의 결과가 이런 재난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이 포스팅 바로 앞에 해시태그로 ‘#힘내라대구경북’ 이라고 붙인 것은 아무도 보도하지 않고 이런 것을 악의로 비틀고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도 지난달 20일 트위터에 대구 코로나19 상황을 일본과 비교하며 “대구에는 법적으로2명이 있어야 하는 역학전문가가 1명밖에 없어 의사 면허도 없는 시청직원이 역학조사를 담당한다. 대구시민들은 자기 도시가 왜 일본과 비슷한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언급하며 ‘대구시민’을 지적한 것이다.

 

해당 게시물도 수차례 공유되며 논란을 낳자 전씨는 다음날 게시물을 삭제하고 “일본과 대구시가 비슷하다고 쓴 것은 토건을 중시하고 복지와 방역을 경시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반적 속성이라고 본 때문인데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사과했다.

 

◆ 일부 인사들의 ‘실언’…지역 혐오와 불안 조장할 수 있어

 

이같이 문제가 된 발언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일파만파 공유되며 대구시민을 향한 혐오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는 “경상도에 창궐한 대구폐렴을 종식하려면 김XX(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방화범)을 투입해야 한다”, “지하철에 불을 질러 경상도 사람을 통구이로 만들어서 코로나를 잡아야 한다” 등 비하 글들이 올라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 조치하기도 했다 .방심위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 코로나19 관련 특정지역 혐오표현 및 차별, 비하 정보 6건을 시정요구(삭제) 결정했다”며 코로나19 관련 모니터링 인원을 추가배치하기로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혐오와 차별에 따라 TK지역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회의에서 “제2회 서울컵 국제학생스키대회에 참가예정인 대구·경북 출신 학생 7명과 임원 등이 참가제한을 통보받았고, 대구 폐암4기 환자가 서울의 모 병원으로부터 출입금지를 당하는 등 대구·경북 환자들이 타 지역 병원을 찾았다가 진료 거부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도 같은 달 22일 코로나19 현황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에서 대구코로나, 대구발 코로나 등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대구 시민을 또 한번 힘들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4일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유명순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의뢰로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코로나19 위험인식조사’ 결과 대구 경북 시민의 65%가 ‘지난 한달 동안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는 일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지역 평균(58.1%)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 학회장은 “대구·경북 주민들의 정신·심리 건강 위협 수준을 심도 있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힘내요 대구…“어려움에 공감하는 자세 필요”

 

일각에서는 지역 차별과 혐오에 맞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TK 지역 시민을 응원하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최근 SNS에는 ‘#힘내요 대구(DAEGU)’, ‘#힘내라 대구·경북’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공유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대구시 슬로건인 ‘컬러풀 대구’를 ‘힘내요 대구’로 합성해 공유하며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특정 지역에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공감하고 희망을 갖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발언들로 공포·차별 등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장하게 되면 대상이 된 사람들이 더욱 상처를 받게 되고 방역에 있어서도 시민들이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감염병이 나에게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특정지역의 비하, 조롱을 삼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