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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힘들다"… 해내야 하는 사람들의 분투(奮鬪)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04 06:00:00 수정 : 2020-03-04 09: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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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이송 최전선 119구급대원 / 자가격리 의심환자 증세 숨기면 / 후송 대원들 ‘감염’에 속수무책 대원 / 5명 확진·자가격리 559명 / 전국서 24시간 구조요청 빗발 / 전신방호복 무장하고 환자 후송 / 전주시청 40대 과로사 추정 사망 / 성주군청 직원도 쓰려져 의식불명 / “업무 폭증… 인력 보강 시급” 지적
길거리 늦은 점심 고단하지만… 3일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대구스타디움 인근 도로변에서 119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경증 확진자 이송을 끝낸 뒤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소방공무원들은 연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전 1시47분. 인천소방본부에 긴급출동 알람이 울렸다. 인천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에서 9살 남아가 고열과 구토로 괴로워한다는 내용을 119종합상황실이 접수한 직후다.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와 통화 중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대구에 사는 할머니가 얼마 전 다녀갔다는 것이다.

인천 119구급대는 어린이 증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일지 모른다고 판단해 바로 전신방호복을 착용했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송 중에도 계속 두통을 호소했다. 인근 선별진료소에 아이를 넘긴 구급대원들의 몸은 흠뻑 땀에 젖어 있었다.

전국 소방공무원들이 코로나19 최일선에서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의심·확진자 이송 업무는 사태 초기에 관할 보건소가 맡았다. 확진자가 5000명에 육박하는 3일 현재는 119로 넘겨진 상태다. 소방청은 이날 동원령 2호를 내 119구급대원 160여명을 대구·경북지역에 추가로 급파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방공무원들 피해도 크다. 오전 9시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소방공무원은 총 5명이다.

대구 수성소방서 소속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119구급대원이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소방본부는 확진 판정 직후 해당 안전센터 근무자들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다행히 결과는 전원 음성이었다. 자가격리 중인 소방공무원도 550명을 넘어섰다. 소방청은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자가격리 중인 소방공무원이 대구 189명, 경북 90명, 충남 83명, 서울 73명 등 17개 시·도에서 55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119구급대원은 코로나19 증상자 이송 명령 시 ‘레벨D’ 수준의 전신방호복을 입고 출동한다”며 “본인은 물론이고 주위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구급대원들이 방호복에 장갑, 마스크, 모자까지 모두 갖춰 입으려면 아무리 숙련된 이들이라도 최소 10분 넘게 걸린다. 잠시만 입고 있어도 전신에 땀이 흐르고, 보안경으로 얼굴을 짓눌러 무척 불편하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방어장비를 갖춰야 출동이 가능하다.

인천소방본부가 집계한 ‘코로나19 의심환자 신고 출동 건수’를 보면 지난달 둘째 주 6건에서 셋째 주 30건, 넷째 주 80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소방본부는 지난달 22∼29일 하루 평균 환자 이송 건수는 10건, 신고는 143건, 상담은 47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구급대원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관련 업무가 많다 보니 인천소방본부는 지난달 25일부터 구급차 20대를 감염병 전담구급차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의심환자 이송이 많아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대원들은 출동 시 현장 판단을 신고자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가격리 중인 신고자가 관련 사실을 숨기거나 의심 증상을 먼저 말하지 않으면 감염에 속수무책이다. 최근에는 복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119구급차를 이용한 한 환자가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고 밝혀 구급대원들이 중앙소방학교에 격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구급대원들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라며 “119로 신고하는 이들에게 우선 발열이나 기침 증상을 물어보는데 이를 속이면 환자와 접촉했던 구급대원은 불안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고양시청 직원들이 3일 오전 경기 고양시청 체육관에서 신천지 교인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돌연사·뇌출혈… 코로나 격무로 쓰러지는 공무원들

 

코로나19 지원 업무에 투입된 공무원이 과로로 숨지거나 의식불명에 빠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일 경북 성주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쯤 직원 A(46)씨가 군청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경북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A씨는 의식불명 상태다. A씨는 군청 재난상황실에서 코로나19 업무를 보다 과로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원 과반수가 밤늦게까지 비상근무를 해왔다”며 “A씨의 경우 피로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전북 전주시청 직원 B(43)씨가 전주시 완산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었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는 평소 가족에게 ‘코로나19 비상상황과 관련해 업무가 많아 힘들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 방지에 지원 인력이 부족하자 밤낮으로 격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전주시는 B씨가 과로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전주시청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뿐 아니라 확산방지 등 대응업무에 투입된 공무원들도 심신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창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기존 인력으로 코로나19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공무원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면서 “인력 보강과 시설, 장비 투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송민섭·배소영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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