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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고립감에 ‘무차별 감염’ 불안… ‘코로나 우울증’ 퍼진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2-26 20:32:36 수정 : 2020-02-26 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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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마음건강 적신호 / 외부 단절된 기약 없는 재택근무 / “왜 마스크 안 써” 이웃 간 몸싸움 / “무기력·두통·불면” 상담 잇따라 / ‘지침 따르면 안심’ 신뢰 무너진 탓 / 메르스 때도 우울감 사회문제 돼 / 전문가 “공포 증폭 막는 게 중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40)씨는 이번 주부터 기약 없는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당분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도록 하는 회사 방침에 따른 것이다. 김씨는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로 주변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는 “두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도 코로나19 때문에 임시휴업을 하고 있는데, 다시 운영하더라도 가까운 곳에 확진자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내지 못할 것 같다”며 “불안해서인지 이번 주 들어 계속 새벽이 다 돼서야 잠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빨라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과 정부 대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더해진 결과다. 자가격리자와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면서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26일 인터넷카페 등에는 “코로나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는 글이 여러 건 검색됐다. 종일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접하다 보니 무기력하고 입맛도 없고 두통 등 없던 병까지 생겼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재난에 의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을 돕기 위한 심리치료기관인 국가트라우마센터에도 이와 관련된 상담 사례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상담이 진행 중이어서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로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심리상담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나도 언제든 감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역사회에서 평소에는 예사로 넘어갔던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상도 목격된다. 2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는 40대 남성 A씨와 50대 남성 B씨가 마스크 때문에 몸싸움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엘리베이터에서 A씨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하는 것을 본 B씨가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고 지적하면서 몸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앞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전염에 대한 긴장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우울감과 무기력을 호소하는 현상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미지의 대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안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관련 정보에 집착하거나 주위 사람을 의심하는 등 과한 걱정과 몰입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최근 ‘코로나19 예방과 회복에 도움이 되는 마음건강 팁’으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신뢰할 것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은 털어놓을 것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할 것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은 메르스 초기 때와 마찬가지로 공인된 지침에 따르면 괜찮다는 신뢰를 못 심어줬기 때문에 미지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어쩔 수 없이 격리된 사람은 고립감·외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전화 통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원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생각이 자칫 한쪽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공포가 증폭되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지 말고 심호흡 등 긴장 이완 방법도 사용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백소용·박수찬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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