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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 환자 “검사 거부 말도 안돼” VS 병원 관계자 “거부 후 신천지 예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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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26 14:33:07 수정 : 2020-02-26 14: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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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슈퍼 전파 여부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어"
지난 18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입원한 대구시 서구 중리동 소재 대구의료원 내 음압 병동의 문들이 굳게 닫혀 있다. 대구=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슈퍼 전파자’로 의심받는 31번 환자(61·여성)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대구 교회의 교인인 그는 예배 참석 전 대구 새로난한방병원에 교통사고 입원한 바 있는데, 병원 측과 코로나19 검사 거부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방병원 측은 ‘수차례 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검사를 거부한 적 없다’는 환자 측 입장이 맞서는 양상이다. 

 

대구·경북의 첫 확진자인 이 환자는 앞서 6∼17일 한방병원에 입원했고, 퇴원 후 수성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31번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 한방병원 의료인의 남편이라고 밝힌 익명의 관계자는 지난 25일 오전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병원에선 31번 환자에게 여러 차례 검사 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내는 31번 환자가 (지난 15일) CT(컴퓨터단층촬영) 때 옆에 있었는데, 당시 CT상에 폐렴 증상이 보여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31번 환자가 거부하고 이튿날 (대구 신천지) 교회를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내는 31번 환자의 확진 소식을 듣자마자 ‘그러게 병원에서 권유했을 때 일찍 검사를 받았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31번 환자는 지난 9일과 16일 각각 신천지 대구 교회의 집회에 참여했다. 병원의 코로나19 검사 권유에도 이를 받지 않은 채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그가 검사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의심 증상을 보여 첫 진료를 받은 대구시 수성구 보건소가 지난 18일 오전 폐쇄돼 정문이 잠겨있다. 대구=연합뉴스

 

이에 반해 31번 환자는 한방병원에서 검사 권유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병원 내에서 검사를 직접 할 수 없었고, 수성구 보건소에서도 한때 검사를 거부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4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방병원에서 폐렴 검사를 2차례 진행했고, 수치가 높게 나오자 ‘큰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며 “코로나19 이야기도 하길래 검사 방법을 물었지만, ‘직접 알아보라’는 답변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나아가 “남편과 지인에게 물어 경북대병원과 수성구 보건소 측에 (코로나19 검사를) 문의했다”며 “직접 찾아간 보건소에서 처음에는 단순 폐렴 증상이라 검사가 안 된다고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검사를 거부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억울한 심정을 털어놨다.

 

31번 환자는 지난 21일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지난 17일 새로난한방병원에서 몸이 안 좋다고 하니 사진을 찍었다”며 “병원에서 지난 14일 찍었던 사진보다 더 좋지 않으니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 관계자는 예배를 보기 전날인 15일 검사를 권했다고 한 데 반해 이 환자는 예배 다음날인 17일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 시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31번 환자는 오히려 보건소에서 ‘의사 소견서 없이 폐렴 검사는 안 해준다’는 답변에 코로나19 검사를 요구하며 1시간 정도 실랑이를 버텼 끝에 받았다며 거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결국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이후 컨테이너 박스에서 대기하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보건소 측의 전화를 받고 그대로 되돌아가 대구의료원에서 최종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앞서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등이 지난 19일 알린 바에 따르면 31번 환자는 교통사고로 수성구 소재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 중(7~16일)이던 지난 8일 인후통과 오한 등 코로나19 유관 증상을 보여 병원 측이 검사를 권유했으나 “해외에 나가지도 않았고 확진자를 만난 적도 없으며, 증상도 경미하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에 11일에도 독감 검사를 받은 그는 병원에서 나와 교회와 호텔, 뷔페 등을 찾아다니다 17일에서야 보건소에 내원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언론은 “31번 환자가 의사의 권유대로 검사를 받아서 조기에 발견, 격리됐다면 연쇄 감염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후 경북 청도대남병원이 적막감에 싸여 있다. 이곳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국내 첫 사망자가 나왔으며,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다. 청도=연합뉴스

 

31번 환자는 슈퍼 전자파 의혹에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대남병원을 중심으로 대규모 확진자 발생한 경북 청도를 방문한 데 대해 “이달 초 청도를 간 것은 맞지만 대남병원이나 장례식장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며 “나에게 왜 이런 누명을 씌우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31번 환자에 따르면 그는 지난 1일 신천지 교인이 아닌 친구와 함께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서 차를 마신 뒤 오후 6시30분쯤 청도 소재 찜질방인 알미뜽에 갔다고 주장했다.

 

31번 환자는 “이후 대구 남구 앞산 근처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은 뒤 친구와 헤어졌다” “내가 갔던 찜질방과 대남병원은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찜질방에서 나와 식당으로 바로 갔다”며 ”식당에서 나온 시간이 오후 10시20분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시간상으로 내가 청도에서 배회할 시간이 안된다”며 “내가 대남병원에 간 적 없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그동안 왜 계속 누명을 씌웠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청도대남병원에서는 앞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친형 장례식이 지난달 31일∼지난 2일 열렸고, 31번 환자 역시 지난 1일 청도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 장례식장을 찾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질병관리본부도 지난 21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환자와의 면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한 위치 추적 등을 토대로 “31번째 확진자가 대남병원을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31번 환자가 지난 1일 오후 6시27분쯤 방문한 청도의 한 찜질방은 대남병원과 6~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전했다. 

 

그에게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슈처 전파자(다른 환자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더 광범위하게 감염을 전파하는 사람)라는 오명에 대해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20일 오전 브리핑에서 31번 환자의 슈퍼 전파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31번 환자가 감염된 경로를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31번 환자는 현재 대구의료원에서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다.

 

지난 2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를 치료 중인 대구의료원 간부는 이 매체에 “31번 환자는 별 탈 없이 차분히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며 “병원 동관 3층에 있는 1인실 음압병상에서 전문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코로나19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완전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상태가 처음보다 더 나빠지지 않았다”며 “31번 환자는 스스로 식사를 챙기고, 약을 먹는 등 별 탈 없이 차분하게 치료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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