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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도 비판... ‘공소장 비공개’에 등 돌리는 진보

입력 : 2020-02-06 15:54:39 수정 : 2020-02-06 15: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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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알권리' 보장… 盧정부서 도입된 관행 / 민주당, 사흘째 공식입장 없어 / 진중권 "文정권, 노무현 정신 배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진보 성향의 참여연대는 물론 정의당마저 추 장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흘째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일각에선 법무부가 ‘국민 알권리’를 위해 국회에 공소장을 전달하는 관행은 2005년 5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도입한 사안인 만큼 민주당으로선 선뜻 공식 입장을 내놓기 곤란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의당·참여연대 등 진보단체 “공소장 비공개는 무리한 감추기”

 

정의당은 6일 법무부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내용을 담은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타당성 없는 무리한 (범죄) 감추기”라며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가 기밀이 아닌 자료는 국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규정한 법령이 엄연히 존재하고, 노무현정부 때부터 법무부는 15년 넘게 국회에 개인정보 등을 가린 공소장 전문을 제공해왔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이번 결정은 타당성 없는, 무리한 감추기 시도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부에 대한 정보 제공 여부를 판단을 행정부가 하겠다는 것은 (법무부의) 독단”이라며 “추미애 장관의 주장처럼 공소장 공개가 잘못된 관행이라면 이는 국회가 입법의 형식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장 비공개 여부는) 행정부가 결정하면 안된다”며 “선거 과정에 국가 최고 권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하게 진상 규명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운데)가 6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식당에서 열린 ‘신종코로나 민생 대책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률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준비 중인 ‘경제민주주의21’ 창립준비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추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경제민주주의 21 측은 “법무부가 훈령으로 (공소장의 국회 전달의 근거가 되는) 국회증언감정법을 무력화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불법적인 공소장 공개 거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의 방침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그동안 어느 정도 통제되어 온 정치권력과 사법권력 간의 결탁(정법유착)을 오히려 공고히 할 것이라는 점에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며 “특히 이번 법무부의 조치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간의 유착(정경유착) 및 사법권력과 경제권력 간의 유착(법경유착)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전날 참여연대도 공소장 비공개와 관련해 “공소장을 투명하게 공개해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 없다. 기존 관례와도 어긋나고 국민의 알 권리와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할 기회를 제약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의 비공개 결정은 국회와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사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공소장 공개는 잘못된 관행이라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그런 판단은 일개 부서의 장인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국회증언감정법의 개정권을 가진 국회가 입법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사흘째 침묵... 참여정부 때 도입 부담됐나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흘째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민주당의 총선 영입인사인 소병철 전 고검장은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두고 “국회와의 협의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소 전 고검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추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방향은 좋다”면서도 “국회와 이 부분에 대한 협의가 있었더라면, 논란에 덜 휩싸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필이면 왜 지금이냐’의 문제인 것 같다. 이런 시비 제기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편파적이지 않다라고 되려면,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을 설정해서 거기에 따라 (공소장 공개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공소장 공개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와 피고인의 인권, 공정한 재판, 이런 가치들이 조화롭게 승화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서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한다면 훗날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을 두고 공소장의 국회 전달은 ‘국민 알권리’ 보장을 위해 참여정부 때 도입한 관행인 만큼 선뜻 입장을 내놓기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해당 관행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5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이후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이 같은 관행은 지켜졌다. 박근혜정부 시절 법무부도 국회 요청에 따라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 공소장을 제출했고 이는 국회를 통해 언론과 국민에게 공개됐다. 또 민주당 의원들도 ‘국정농단’ 사태와 ‘사법농단’ 과정에서도 법무부를 통해 공소장을 제공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실제 추 장관도 2016년 11월29일 민주당 당대표 시절,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은 빼곡한 글씨로 30장의 공소장에 대통령을 공동정범, 때로는 주도적으로 지시한 피의자라고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겨우 718자에 해당하는 짤막한 답변만 내놓았다”고 썼다. 같은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문을 비판하기 위해 이미 구속기소된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을 거론한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전날 본인 페이스북에 “추 장관이 공개를 거부한 그것(공소장)은 다가올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라며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국민에게 준 권리를 다시 빼앗은 것. 문 정권은 노무현 정신을 배반했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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