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교도소 수용자 책 반입 제한은 위헌" 헌법소원 ‘각하’

입력 : 2020-01-24 10:21:26 수정 : 2020-01-24 10:30: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법무부, 지난해 11월 ‘수용자 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 마련 /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제기… 헌재 "행정소송부터 거쳐야"

얼마 전 이른바 ‘불온서적’이 화제가 됐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국방부가 군부대 반입을 금지한 서적들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서 목록에 오른 책의 저자 및 출판사들이 “언론·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내 최근 승소가 확정됐다.

 

법원은 “국방부가 일부 출판사와 저자들에게 각 200만∼5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출판사들은 “배상과 별개로 ‘불온서적’ 목록을 작성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군부대와 성격이 크게 다르긴 하지만 교정시설도 반입이 제한되는 서적이 있다. ‘범죄자를 교화한다’라는 교정기관의 목표를 감안하면 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이 마련돼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서 시행 중이다. 이 방안은 수용자의 우편물 또는 민원실을 통한 도서 교부 신청을 제한하되, 다만 △법률도서 등 수용자 권리구제 및 인권보장을 위해 필요한 도서 △외국인 수용자를 위한 외국어 도서 △시각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도서 △소장이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도서에 한해 우송 및 차입을 허가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교도소 재소자들이 “법무부 방안 탓에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가 ‘퇴짜’를 맞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범죄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A씨와 B씨는 법무부 방안 시행 후 약 1개월이 흐른 지난해 12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헌재에 제출한 청구서에서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도서 등에 한해서만 우송 및 차입을 허가하도록 한 것이 수용자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소송을 주로 대리하는 변호사 등 6명이 변호인단을 꾸려 재소자들의 권익 옹호에 나섰다.

 

하지만 헌재는 최근 문제의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각하란 헌법소원 제기에 필요한 법률적 조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 여부를 따져볼 것도 없이 심리를 끝내는 결정을 뜻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법무부 방안에 따르면 교도소장은 일정한 경우 도서 우송·차입을 허가할 수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도서 우송·차입을 허가할 수 있는 재량이 부여돼 있다”며 “이와 같은 소장의 도서 우송·차입 불허 행위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므로 수용자는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에 곧장 헌법소원을 낼 것이 아니라 행정법원 판단을 받아보는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헌재는 “행정소송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헌법소원 청구인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우회 절차를 강요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심판 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