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주말·공휴일만 응급병동 사용하라" 아주대병원 황당 지침에 이국종 사의 결심

관련이슈 이슈키워드

입력 : 2020-01-23 16:35:22 수정 : 2020-01-23 16:35: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아주대의료원과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아주대병원 외상외과장·의대 교수·사진 가운데)의 갈등은 지난해 병실 배정 문제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연합뉴스가 23일 보도했다.

 

지난해 7월21일 외상센터 의료진이 아주대병원 본관 응급병실에 외상환자를 입원시키려다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당시 병원 측은 ’외상외과 환자 입원은 외상 병동에서만 가능하다’는 한상욱 병원장의 지시를 근거로 협조에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관 외상병동의 병실이 가득 차 다급했던 외상센터 측은 이에 문제를 제기하자 병원 측이 ’주말 및 공휴일에 한해 응급병동으로만 배정 가능하다’고 새 지침을 내놨지만, 역시 상대의 반발만 불렀다.

 

병원 측은 결국 나흘 만에 이 지침을 철회하고 주말이나 평일, 주·야간 모두 본관 응급병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외상센터 측 설명이다.

 

연합뉴스가 확보한 지난해 9월9일 이 교수가 기록한 한 외상환자에 대한 응급 전문의 기록지에는 ’외상센터 병동이 다 찬 관계로 응급병실에 입원시키고자 함. 병원장 지시사항이라며 입원실을 내어 주지 않음. 직접 응급실 원무팀 방문해 병상 상황 확인함. 결과 응급병실은 38병상, 전체 본관에는 140병상 이상의 공실이 있음을 확인. 병실 확보함. 이런 식으로 계속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적혀있다.


그런데다 지난해 10월부터 두달가량 이어진 병동 리모델링 공사로 본관의 병상 100여개를 사용할 수 없게 돼 병실 배정문제가 악화되자 결국 이 교수가 폭발해 해외에서 이뤄진 해군 훈련에 참여를 핑계로 현장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이달까지 해군 파견 상태인 그는 내달 3일 병원에 복귀하자마자 그간 밝혔던 대로 외상센터장 사임계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 교수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생은 망했다. 완전히”라고 한탄한 것은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가 도입되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악화된 것도 한몫했다는 전언이다.

 

경기도와 손잡고 ‘24시간 닥터헬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중증 외상환자 이송체계의 선진화에 힘써 왔던 그는 도에서 예산을 충원받은 병원 측이 이를 닥터헬기 운영에 쓰지 않았고, 오히려 수익사업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악용하기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이 교수는 2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제 그만 할 것”이라며 ”지금 보건복지부로부터 우리 병원에 이르기까지, 숨 쉬는 것 빼곤 모두 다 거짓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작년에만 캐시(현금)만 63억원이 내려왔다”며 ”그렇다면 간호사 (충원) 예산을 뽑아야 할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중환자실만 간신히 등급에 맞춰서 증원했다”며 ”병동과 회복실, 수술방, 마취 및 항공전담 간호사 8명 중 증원 안 하면 외상센터가 버틸 수 있는 게 단 하나라도 있느나”라고 만성적 인력 부족 문제를 꼬집었다.

 

나아가 “우리 간호사들, 저와 같이 비행 나가면서 손가락 부러져 나가고, 유산하고 그런다”며 ”피눈물 난다”고 호소했다.

 

계속해서 ”제가 간호사들에게 ‘조금만 있어라’, ‘올해 1년만 참아라’, ‘내년 6개월만 참아라’ 맨날 이러면서 지금까지 끌고 왔다”고 털어놨다.

 

‘병원 측에서는 외상센터가 환자 1명 받을 때마다 138만원의 손해가 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복지부가 아주대병원에 외상센터를 떠넘겼는가”라고 되물은 뒤 “저희가 2012년 12월2일 권역별 외상센터 1차 선정에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작 떨어지고 나니까 (병원 측에서) ‘너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난리를 쳤다”며 “그날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가 수술하던 저를 불러내서 옆에 ‘얼굴마담’으로 세워 놓은 뒤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렇게까지 해서 미친 듯이 예산을 받았다”며 “그 다음해에도 아주대가 징징대니 복지부가 어쩔 수 없이 예산을 줬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외상센터 지어놓고 나니까 (병원은) 적자가 아니다”라며 병원 측의 적자 주장은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또 “그딴 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질이 나쁜 것”이라며 ”아주대병원 작년에 수익 500억원 넘게 났다. 전국적으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병원 중 하나”라고 했다.

 

아주대병원의 이익은 2015년 72억원에서 2018년 623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한편으로 아주대병원 측이 수익사업을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예컨대 외상센터 지하 2층에 교직원 식당을 밀어 넣겠다고 했다”며 “교직원 식당에 있는 본관 자리를 수익사업에 쓰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의원들에게 (수익사업을) 허락해 달라며 또 저를 팔았다”며 ”‘이국종이 밥 먹을 데가 없다. 그러니까 외상센터 지하에 교직원 식당을 넣어주면 이국종이 일하다 내려와 밥 먹고 간다’ 이따위 소리를 한다”고 했다.

 

특히 “2018년 (병원이) 예산 떼어먹는 것 보고 책(골든아워 1,2) 내고 끝내려 했다”며 “이제 저도 그냥 교수의 삶을 살겠다”고 앞으로 보직을 내려놓고 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전했다.

 

귀국 후 이재명 경기지사와 면담한 데  대해서서는 “해법이 나오긴 뭐가 나오느냐”며 ”무슨 방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나가다 이 지사 잠깐 만난 것이고. 밑에 있는 사람들과 잠시 보고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운항이 일시 중단됐던 경기도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가 야간 연습 비행을 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일각에서 나온 4·15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설에 대해서는 “제가 원내 정치도 못 했는데 무슨…”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또 ”다들 ‘너 하나만 입 다물고 있으면’이라고 말한다”며 “외상센터에서 행정을 보는 임신한 직원한테 아주대병원 부원장이 소리를 지르면서 ’튀어오라. 왜 헬기 수리를 시끄럽게 하느냐, 이 헬기 어디에서 날아오는 거냐’고 소리를 지른다”고 폭로했다.

 

한편 외상센터 의료진은 현재 닥터헬기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

 

의료진 측은 지난 20일 경기도 담당자에게 “아주대 외상외과 의료진이 탑승해 닥터헬기를 띄우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전달했다.

 

의료진 관계자는 “경기도가 닥터헬기 운항을 22일부터 재개한다고 하지만 우리 의료진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현재 인력 운영 시스템상 탑승이 사실상 불가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31일 일어난 ‘독도 헬기 추락사건’ 당시 중앙 119 구조본부 헬기와 같은 기종인 경기도 닥터헬기는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부터 안전 점검을 받았고, 복지부로부터도 운행을 재개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