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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로스쿨 연대… 학생들 실무·봉사 마인드 키울 것”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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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08 20:51:36 수정 : 2019-12-09 1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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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리걸클리닉협의회 이해완 초대회장 / 무료 법률상담·소송 지원 등 진행 / 사건 처리하며 생생한 현장경험 / 각 학교서 운영하다 협의체 출범 / 공동 프로그램 개발… 활성화 노력 / 변호사시험 압박감, 교육 걸림돌 / 제도 개선… 예산·교원 확충 절실

“리걸클리닉에는 교육과 봉사라는 두 가지 의미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리걸클리닉 교육은 로스쿨 학생들이 실무 역량을 갖추고, 올바른 정체성을 가진 법조인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리걸클리닉협의회 초대회장을 맡은 이해완(56·사법연수원 17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지난 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8년 판사로 임관해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변호사로 개업했고, 2008년 성균관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 교수는 1996년 현직 판사 최초로 법률정보가 담긴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2000년 법률정보 전문업체 ‘로앤비’를 설립한 이력도 있다.

그런 그가 최근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분야가 리걸클리닉 교육이다. 리걸클리닉(임상법학)이란 로스쿨의 실습식 교육방법으로, 로스쿨 학생들이 무료 법률상담과 소송지원 등을 실제로 진행하며 실무 능력을 키우는 제도다. 의대생이 직접 환자를 치료하며 교육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단순히 사건을 기록으로만 접하지 않고 실제 사례를 통해 ‘살아있는 교육’을 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 교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구체적으로 사안을 파악해가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리걸클리닉은 실제 사건처리 경험을 제공한다는 교육적 목적이 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처럼 리걸클리닉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이 모여 지난 10월 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각 학교가 알아서 리걸클리닉을 운영해왔다면, 이제는 협의체를 통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더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리걸클리닉 학생운영단 역시 다른 학교의 공익법률상담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다. 이런 식의 정보교류가 더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또 이 교수는 로스쿨 간 공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함께 운영하거나 예산 확충 등 리걸클리닉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대안 마련에도 힘쓸 예정이다.

한국리걸클리닉협의회 초대회장을 맡은 이해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 연구실에서 리걸클리닉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리걸클리닉 교육이 활성화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원인으로 이 교수가 꼽은 건 변호사시험에 대한 ‘압박감’이다.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법무부가 정원제 형식으로 결정한다. 매년 응시자가 느는 반면 합격자는 정해져 있다 보니 합격률은 1회 87.2%에서 올해 초 치러진 8회 50.78%까지 크게 떨어졌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변호사시험으로 인한 부담감이 커졌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는 “현재 변호사시험은 아주 소수가 합격하지도 않고 상당수가 붙는데, 그렇다고 그게 쉽지도 않은 시험”이라며 “학생들이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고, 결국 로스쿨이 학생들의 강박감을 반영한 교육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변호사시험 개선 방법으로 이 교수는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학점이수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제거래법·환경법·노동법 등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은 특성화 취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수험준비에 유리한 과목을 지정하는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를 학점이수제로 바꾸게 되면 학생들이 실제 관심사를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교수는 “과거 합격률이 높았던 로스쿨 초기에는 학생들이 리걸클리닉에 매우 적극적으로 임했고, 자신이 듣고 싶은 전문분야도 마음껏 들으며 활기가 넘쳤다”며 “경쟁에 매몰되기보단 리걸클리닉이나 흥미가 있는 선택과목 이수 등을 통해 좀 더 동기가 부여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로스쿨의 본고장인 미국은 리걸클리닉이 매우 활성화돼있다. 이 교수는 “영화 ‘금발이 너무해’에는 로스쿨생이 (리걸클리닉의 하나로)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변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리걸클리닉 교육이 굉장히 활발히 이뤄지는 미국을 따라가기엔 아직 멀었지만, 우리나라도 리걸클리닉을 위한 예산과 교원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리걸클리닉 관련 여건이 충분히 갖춰진 이후에는 일정 부분 이수를 의무화하는 등의 방법도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리걸클리닉을 경험한 학생과 그러지 않은 학생은 실무감각이나 의식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며 “리걸클리닉 활성화는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타적인 의식을 갖추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법조인을 길러낼 방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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