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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위원장 “우리는 10%내 기득권 세력”…노동운동 변화로 이어지나 [이슈+]

입력 : 2019-12-02 20:26:30 수정 : 2019-12-02 21: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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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영 위원장 이례적으로 자기반성 발언 / 노조 “임금투쟁 반성 보도는 본질 왜곡” / 선거 출마 위원장 후보들은 강경파 일색 / 노조 밖에서는 공감하는 목소리들 많아

“계속 우리만 잘 먹고 잘 살자고 임금인상 투쟁(을 하는) 방향이 옳은 것인지를 생각해 달라.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우리는 10% 이내의 기득권자 세력이 되었다.”(11월21일 ‘노동조합의 사회연대전략’ 포럼 중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발언)

“후퇴도 없고 겁도 없는 ○○○ 후보, 조합원의 고용보장과 장기근속자 처우 개선, 후생복지 전면 강화에 힘쓰겠습니다!”(현대차 노조 8대 위원장 후보자 홍보 문구)

지난달 21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주최로 열린 ‘노동조합의 사회연대전략’ 포럼에서 하 위원장이 지난 30년에 걸친 투쟁 일변도의 노조 운동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 이런 자기반성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 현실은 변할 기미가 없다.

2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다음 날 노조의 8대 위원장 등 임원을 선출하기 위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선거에 출마한 위원장 후보들의 공약은 하 위원장의 반성 발언과는 사뭇 달랐다. 후보자들은 10개 내외의 공약을 내걸었는데 ‘고용 사수’나 ‘(장기 근속자를 위한) 최강 복지 실현’, ‘정년 연장’, ‘기본급 강화’ 등이 공통적인 사항이었다. 일부 후보가 ‘사회연대 강화’, ‘노조 비리 척결’ 등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뒷전으로 밀렸다.

현대차 노조 측은 이날 하 위원장의 반성 발언과 관련해 “임금투쟁에 대해 반성한다는 (언론 보도) 내용은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며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노조의 한 핵심관계자는 하 위원장에 대해서도 “임기가 다 끝나는 마당에 고상하게 양심선언하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조 밖에서는 하 위원장의 생각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는 “과거 소득과 처우가 매우 열악했던 산업 발전기 때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투쟁이 잘 먹혔지만, IMF 금융위기를 거치고 4차산업혁명의 광풍이 몰아치는 현재에는 대화의 방식과 의제가 바뀌어야 한다”며 “해외 사례나 노동운동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초기에는 처우 개선을 위한 투쟁 양상으로 진행되지만, 이후에는 사회 전체 차원의 연대와 상생을 위한 움직임으로 확대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는 SK그룹 계열사에서 임금 인상을 물가 상승률에 연동하는 대신 여력으로 복리후생을 확대하도록 한 것을 비롯해 부산지하철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타결,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를 위한 사무금융노조의 ‘우분투 재단’ 설립 등 새로운 노동운동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를 비롯한 일부 노조만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협상 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비정규직 노조의 가입을 막는 등 상생·연대와는 거리가 먼 행동으로 일관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너희는 조금씩 뺏더라도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을 것이다’,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 등의 구호를 내걸고 벼랑 끝 투쟁방식만을 고집한다면 국민은 물론 노동계에서도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 침체 장기화 및 환경 기준 강화 등의 영향으로 현대차의 국내외 판매량은 줄어들었다. 지난달 국내 6만3160대, 해외 32만 9087대의 판매실적을 올렸지만 전년 동기 대비 국내는 1.5%, 해외는 3.0%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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