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산 전투기는 아세안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박수찬의 軍]

관련이슈 박수찬의 軍 , 디지털기획

입력 : 2019-12-01 06:00:00 수정 : 2019-11-30 16:18:0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해 생산한 TA-50 전술입문기, T-50과 FA-50을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KAI 제공

지난달 25~27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간의 국방 및 방위산업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별정상회의 기간 정부는 아세안 정상 및 주요인사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방산 세일즈에 나섰다.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해 FA-50 경전투기와 수리온 헬기 등을 둘러봤다. 동행한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설명하면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같은날 경남 김해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을 방문해 FA-50 경전투기와 수리온 헬기, KT-1 기본훈련기를 견학하고, FA-50에 직접 탑승했다.

 

현재 아세안 국가들은 테러 위협과 해적 단속,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 대응 등을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첨단 무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FA-50이나 한국형전투기(KF-X)를 비롯한 국산 무기 수요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와의 수주 경쟁, 무기의 신뢰성, 정치적 문제 등으로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FA-50을 유심히 보고 설명을 듣고 있다. KAI 제공

◆경전투기, 잠수함 등 판매 가능성

 

아세안 국가 중에서 전투기 도입사업을 추진하는 나라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이다.

 

말레이시아는 2010년대 초 신형 전투기 10여대를 도입하는 다목적전투기(MRCA)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후보기종은 미국 보잉 F/A-18, 유럽 에어버스 타이푼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대형 전투기였다. 하지만 경제 문제로 사업은 계속 지연됐고, 기다림에 지친 외국 업체들은 철수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공군이 운용중인 영국제, 이탈리아제 훈련기의 노후화와 더불어 러시아제 수호이-30 전투기 가동률 저하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경전투기(LCA) 사업이 새롭게 부각됐다. 가동률이 높고 훈련과 지상공격 임무를 겸하는 경전투기를 도입해 전력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는 올해 초 해외업체에 정보요청서(RFI)를 발송, 사업추진 움직임을 본격화한 상태다.

 

후보기종으로는 FA-50 외에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M-346, 인도 힌두스탄항공 테자스, 중국과 파키스탄이 합작 개발한 JF-17, 러시아 야코블레프 야크-130이 거론된다. 

 

태국에 판매된 FA-50TH 경공격기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KAI 제공

현재 상황에서는 FA-50과 JF-17이 경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말레이시아는 러시아제 전투기의 낮은 가동률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테자스는 인도에서도 실전배치가 진행중이다. 반면 JF-17은 파격적인 저가 공세를 취하면서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중국제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및 정밀유도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파키스탄이 110여대를 운용중이라 ‘규모의 경제’도 갖춘 상태다.

 

반면 FA-50은 엔진 등 주요 구성품의 성능과 신뢰성이 입증된 기체로 F/A-18을 운용중인 말레이시아 공군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말레이시아 공군도 FA-50에 호의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필리핀이 이슬람반군 진압 작전에서 FA-50을 활용한 덕분에 실전경험도 갖춘 상태다. 다만 가격이 비싸고 공격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필리핀도 내년부터 신형 전투기 도입을 추진할 움직임이다. 필리핀은 12대를 운용중인 FA-50을 추가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 에어버스사의 타이푼, 러시아 수호이사의 수호이-30, 스웨덴 사브사의 그리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16 중 하나를 구매하는 계획도 고려중이다. 이슬람반군 소탕작전에서 FA-50이 활약하기는 했지만,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 견제 등을 위해 필리핀이 고성능 전투기 도입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에게 KAI 안현호 사장이 FA-50 모형을 전달하고 있다. KAI 제공

◆낙관은 금물…신사업 모델 제시 필요 

 

현재 FA-50 외에도 잠수함(인도네시아), 호위함(필리핀), 장갑차(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다수의 군사장비들이 아세안 국가에 판매된 상태다. 인도네시아에 6척을 판매한 잠수함은 추가 수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필리픈 장갑차 사업에도 국산 장갑차가 후보기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정치적, 경제적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FA-50의 원형인 T-50 훈련기는 세계 시장에서 대당 2500만달러(약 295억원) 정도로 평가받는다. 반면 경쟁기종인 중국, 파키스탄 합작 개발기종인 JF-17 전투기는 FA-50보다 값이 싸다. 여기에 JF-17은 사거리가 100㎞ 이상인 중국제 중거리 공대공미사일과 정밀유도무기, 파키스탄제 공대지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다. FA-50도 KAI를 중심으로 스나이퍼 포드 장착 등의 개량이 진행중이지만 타격 범위 제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냉전 시절 미국과 구소련 사이에도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했던 비동맹노선의 전통을 갖고 있다. 특정 강대국에 치우치지 않는 외교안보정책을 구사하는 국가가 많다. 따라서 특정 국가의 무기로 자국 군대를 무장하지 않고, 후속군수지원이 번거롭더라도 무기도입선을 다변화한다.

 

경남 사천 KAI 본사 앞에 T-50이 주기되어 있다. KAI 제공

FA-50은 현재 미국제와 국산 무장을 사용한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 중에서 유럽과의 관계를 고려해 FA-50을 도입하되 항공무장은 유럽제를 쓰려는 나라들은 FA-50을 선택하기 어렵다. 중국이 막강한 정치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아세안 방산시장을 공략하려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FA-50을 비롯한 국산 무기는 아세안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신(新)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는 판매가 아닌, 대여(리스) 방식의 거래가 있다. 기존에는 항공기를 구매국에 판매하고 대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일시에 거액의 예산지출은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구매국과 항공기 10년 대여 계약을 맺고 매년 임대료를 받으면 제작사는 임대료를 통해 대금을 일부 회수하고, 구매국은 꼭 필요한 만큼 예산을 지출해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임대 기간이 끝나면 구매국에 판매해 남은 대금을 일시에 회수하거나, 임대 계약을 연장해 임대료를 계속 받을 수도 있다. 구매국이 “더 이상 운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회수해 정비한 뒤 다른 나라에 빌려주면 된다. 

 

국산 항공기를 이용해 조종사와 합동최종공격통제관(JTAC) 등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아세안 지역에 설립하는 방안도 있다. JTAC은 적진에서 타격 목표의 좌표를 아군 측에 통보, 화력을 유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교육기관에 국산 항공기를 판매한 뒤, 교육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공군 KT-1 초등훈련기 편대가 훈련을 위해 활주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공군 제공

미국의 T-7A 훈련기가 등장했지만 T-50 계열 항공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T-50은 F-16과 비행특성이 유사한데, F-16은 향후 20년 정도는 일선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T-50을 이용한 훈련 소요도 충분한 이유다. 또한 이슬람 테러조직 및 마약밀매조직과 해적 소탕 등 저강도 분쟁이 많은 아세안에서는 공중전보다 근접항공지원 소요가 더 크다.

 

KT-100 실습기와 KT-1 초등훈련기, FA-50을 이용해 조종사 훈련을 실시하면서 타격 목표 좌표를 아군에 알려 정확한 공습을 유도하는 요원까지 함께 양성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 유럽 등 경쟁국가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공군 예비역 간부들을 교육기관에 파견하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체코제 L-39 훈련기 등을 동원해 이와 유사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관들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세안 지역에 공군 교육훈련기관을 설립하면 한-아세안 국방교류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