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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발레하는 여자 빨래하는 남자 외

입력 : 2019-11-30 03:00:00 수정 : 2019-11-29 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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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하는 여자 빨래하는 남자(김진열, 지혜, 1만원)=김진열의 첫 시집이다. 시공간적 시원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로에서 씌어진 상상적 탐색의 기록이다. 그 안에 담긴 스케일과 시선은 시인 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존재론적 기원을 찾아가는 고고학적 열정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감각적 실재들이 펼쳐온 시간의 소실점까지 유추하게 하는 미래적 비전도 함께 담고 있다. 이번 시집 ‘발레하는 여자 빨래하는 남자’를 읽으면서 한 권의 시집으로는 담기 어려운 다양하고 심원한 음역을 만날 수 있다.

공중에 갇히다(김덕근, 푸른사상, 9000원)=김덕근 시인의 시는 통점이 낳는 기억의 지문들이다. 고통의 통점으로부터 빚어낸 시인의 시편들은 담담하고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이다. 그리고 관통의 점을 얼마나 매달아야 하는지 사색하고 기억하는 지문은 진하다. 가을바람이 적막한 들길에 뿌려놓은 녹슨 몸의 잔해이고 마음의 아픈 비늘들이다. 그의 기억은 대부분 적막과 허기의 풍경들, 그리움을 낳는 일몰의 말들로 채워진다. 정처 없이 떠돌다 어느 산사에 앉아 황량한 저녁하늘을 바라볼 때 불현듯 귀를 깨무는 계곡물 소리, 내 몸이 본디 텅 빈 집이었음을 느낄 때 밀물처럼 밀려드는 적요의 풍경 소리가 울린다.

환경 호르몬 어떻게 해결할까(박태균, 동아엠앤비, 1만3000원)=우리 시대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과 미세 플라스틱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식품의약전문기자를 역임한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박태균 대표다. 그는 책에서 환경호르몬은 아주 적은 양이라도 우리 환경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피해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지만,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이 환경호르몬에 가장 민감하다고 봤다. 환경호르몬의 오염과 노출은 무자녀·저출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크리스 나이바우어, 김윤종, 불광출판사, 1만5000원)=인간의 좌뇌와 우뇌는 각각 그 기능이 다르다. 좌뇌는 주로 패턴의 인지, 언어, 분류 및 범주화를 담당한다. 반면에 상황의 큰 그림을 보고 이해하기, 창조성 발현하기, 감정 경험하기, 공간 지각 및 처리 능력은 모두 우뇌에 의지한다. 신체 활동에서 좌뇌는 우반신 활동을 통제하고 우뇌는 좌반신 활동을 통제한다. 그런데 1960년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의 연구는 계속해서 좌뇌가 좀 이상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좌뇌가 자꾸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인지 신경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지금까지 뇌과학과 신경심리학 연구를 검토한 결과 좌뇌는 주어진 주변 정보를 바탕으로 그럴싸하고 말이 되게끔 상황을 재구성해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인류세와 에코바디(몸문화연구소, 필로시픽, 1만6500원)=책은 몸문화연구소의 세 번째 포스트휴먼 총서로 ‘인류세’ 시대 몸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인류세'는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지금의 시대를 ‘인류까지도 멸망에 이르게 할 위험한 지질학적인 시대’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저자들은 ‘정말 21세기는 이전과는 다른 극심한 위기 상황에 처한 것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이 시대 인간의 몸은 동식물과 광물의 몸, 강·바다·숲·공기 나아가 기계의 몸까지도 깊이 연결된 생태학적인 연결망을 이루고 있음을 재발견하고 지금의 시대를 ‘에코 바디’ 시대로 칭한다. 이러한 시대에 ‘자연의 생태 윤리는 어떻게 가능한가’ 등의 질문을 통해 살아가는 방식을 탐구한다.

꼭 한 가지 소원(황선미, 고혜진, 웅진주니어, 1만2000원)=대표작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인 저자의 ‘꼭 한 가지 소원’에는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엄마가 밉고, 동생이 갖고 싶으면서도 동생이 싫은 9살 나리의 마음속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매일 같이 동생을 낳아 달라고 부모를 조르고 있지만, 간밤에 이불에 지도를 그린 나리는 부끄럽다 못해 화가 난다. 속내를 몰라 주는 부모에게 온종일 뾰로통하다가도 잠들기 전에는 내심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마음부터, 동생이 간절히 갖고 싶지만, ‘누나’라는 말을 못해 ‘노나’라며 따르는 옆집 꼬마가 너무 싫은 마음까지. 읽는 사람의 나이가 몇 살이든, 작가는 독자를 9살 아이로 만들어 작고 빛나는 우주로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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