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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영혼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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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06 08:30:19 수정 : 2019-11-06 08: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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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입은 상처는 평생을 간다. 한 사람의 삶을 비극으로 모는 경우도 왕왕 있다. 미국의 흑인 시인 카운티 컬린은 언어 폭력의 위험성을 ‘불쾌한 사건’이란 시로 그려냈다.

 

“차를 타고 옛 볼티모어에 들어서는데 마음속도 머릿속도 신바람이 가득했지. 볼티모어 토박이 아이 하나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군. 나는 여덟 살의 자그마한 아이였고 그 아이도 나보다 조금도 크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미소를 지어보였지. 근데 그 아이는 나를 ‘깜둥이 새끼’라고 부르고는 혀를 삐죽 내미는 거야. 나는 5월부터 12월까지 볼티모어 곳곳을 돌아보았지만 거기서 있었던 일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기억하는 건 오로지 그 사건뿐이야.”

 

흑인 소년의 경험은 봄에 들은 욕설이 겨울이 될 때까지 가슴에 못처럼 박혀 있음을 보여준다. 좋은 말은 세상을 밝게 하지만 나쁜 말은 사람을 해친다. 예로부터 종교에서 하나같이 입을 조심하라고 경계한 이유이다. 유대교는 험담이나 폭언을 ‘오나아트 데바림(말로써 저지른 잘못)’이라고 해서 죄악으로 간주한다. 성서는 잠언에서 “미련한 자는 그 입으로 망하고 그 입술에 스스로 옭아 매인다”고 경고한다. 불교에선 말로 짓는 죄를 구업(口業)이라고 부른다. 법구경은 “입에서 나온 말이 내 몸을 태운다. 일의 불행은 입에서 생긴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이고, 몸을 찌르는 칼이다”라고 했다.

 

꼭 칼이나 몽둥이로 상처를 입어야 아픈 게 아니다. 칼에 찔리면 피나는 곳만 아프지만 가시 돋친 말을 들으면 마음 전체가 아프다. 말은 칼보다 위험하다. 칼은 몸에 상처를 내지만 험담이나 독설은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힌다. 상처가 더 크고 오래 간다. 그러니 나쁜 말을 입에 담지 않도록 삼갈 일이다. 자기 혀는 스스로 잘 간수해야 한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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