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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네 모녀 사망’ 거센 후폭풍…사회안전망 재정비 목소리 잇따라

입력 : 2019-11-04 19:42:25 수정 : 2019-11-04 19: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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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실패·빚… 생활고가 부른 비극 / 자살 생각 35% “경제난 탓” 답변 / 與 “생활고 지원 정책 적극 모색”

지난 주말 서울 시내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4명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우리 사회안전망을 재정비해야 한단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성북경찰서 측은 이와 관련해 4일 “현재 정확한 사망 경위 등에 대한 기초 조사를 진행 중으로 조만간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2시쯤 성북구의 다세대주택에서 70대 노모 A씨와 40대 딸 3명이 숨진 채 ‘하늘나라로 간다’는 내용이 담긴 A4 2장 분량 유서와 함께 발견됐다.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다가구주택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현관문. 뉴스1

경찰 수사와 별개로 이들 모녀가 그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계속 나오는 중이다. 가족이 살던 집 우편함에선 채무 변제를 독촉하는 신용정보회사 등의 우편물이 10여통 나왔다. 딸 2명은 2013년부터 성북구에서 자영업을 했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최근 2∼3개월 월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적 문제는 일반인의 자살 생각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국 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 자살 태도 조사 결과 자살 생각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은 18.5%였다.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한 주된 이유는 경제적 문제가 34.9%로 가장 높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에 따른 사망률은 5년 만에 증가했다. 최근 통계청이 공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1만3670명으로 전년 대비 9.7% 늘었다. 지난해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은 26.6명으로 전년 대비 2.3명(9.5%) 증가했다.

이런 탓에 사회 각계에서 이번 사건 계기로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단 의견이 나오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탈북 모자 아사 사건’, ‘송파 세 모녀 사건’ 등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기초 생활보장 대상자 중심의 공적 부조, 저소득층 전체에 대한 생활고 상담과 공공 일자리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날 “서울형 기초보장과 긴급복지를 확대하겠다”며 “좀더 촘촘한 복지망을 구축하기 위해 대상기준 등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는 “이번 건의 경우 사망 가족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보편방문 대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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