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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미지의 세계를 방랑하면서 배운다” [책 속의 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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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29 21:07:48 수정 : 2019-10-31 14: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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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키 히로유키(五木寬之) 『청춘의 문』 7권

이츠키 히로유키는 일본 문학계의 거장입니다. 1932년생입니다. 올해 87세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한반도에 건너와 생활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인 1945년, 평양에서 일본의 패망을 맞습니다. 그때 많은 고초를 겪은 모양입니다. 소련군에게 평양의 집을 몰수당하고 헐벗은 생활을 합니다. 이듬해 어린 동생을 데리고 38선을 넘어 일본으로 돌아갑니다. 그때의 일은 수필집 『대하의 한 방울』에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입을 다뭅니다. 아마도 입 밖에 내기 힘든 일이 있었던 듯합니다.

 

이츠키 히로유키

 

일본으로 돌아간 후 일본 문학계에서 우뚝 섭니다. 남부 후쿠오카 출신인 그는 1952년 와세다대학교에 입학하지만 학비를 내지 못해 중퇴합니다. 방황을 거쳐 작가의 길로 들어섭니다. 1966년 『안녕히, 모스크바 불량배』로 일본의 소설현대신인상을 받습니다. 이후 수많은 작품을 내놓습니다. 일본 소설의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의 앞에 서면 버거워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의 소설 『청춘의 문』은 일본 문학계에 짙은 족적을 남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후쿠오카 지쿠호 탄광촌 출신인 이부키 신스케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지쿠호, 도쿄,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방황과 좌절, 도전의 로망이 펼쳐집니다. 『청춘의 문』 7권은 홋카이도 에사시를 무대로 시작합니다. 쇼가쿠인이라는 절에서 만난 호주인 존(다니엘 존슨)은 방황하는 신스케에게 조언을 합니다. 조언에 보석 같은 말이 담겨 있습니다.

 

이츠키 히로유키

 

꿈과 희망, 방황과 좌절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의 가슴에 새겨진 공통된 언어입니다. 파고를 헤치고 깜빡이는 등대를 향해 노를 저어가는 것이 청춘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많이 힘들어합니다. 존이 건네는 조언이 청춘의 여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그의 말을 간단하게 정리합니다. 그의 말은 이츠키 히로유키가 수많은 청춘들에게 던지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 “황야에서 길을 잃었을 때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움직여볼 것. 어림짐작이라고 좋으니 앞으로 걸어나가는 겁니다. 둘째 멈춰 서서 잘 생각해볼 것. 셋째 출발점으로 되돌아갈 것.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에는 세 시기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젊은 때와 성숙한 때, 나이를 먹은 때입니다. 젊은 때에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재기할 에너지와 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은 방황할 때 계속 움직여나가면 됩니다. 여기저기 부딪혀가면서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젊은 시기를 지냈습니다. 얼핏 보면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 “사람은 미지의 세계를 방랑하면서 배우게 됩니다. 젊은이는 특히 그렇지요. 책에 쓰여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체험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배움입니다.”

 

▶ “저는 여자 친구의 죽음을 알고 난 후 많이 방황했습니다. 정처 없이 외국을 방랑하는 여행을 떠났지요. … 그 경험은 인생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만들어줬습니다. 세계가 얼마나 모순에 가득 차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동족인 인간에게 잔혹한지, 그리고 문명에 과연 진보가 있을 수 있는지, 역사라는 것이 얼마나 허위와 왜곡으로 덮여져 있는지를 저는 이 두 눈으로 봤습니다.”

 

▶ “우리는 두 개의 눈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는 안쪽에서 보는 눈. 다른 하나는 바깥쪽에서 보는 눈입니다.”

 

▶ “야나기 무네요시의 『심계』라는 책 속에 아주 좋은 문구가 있습니다. ‘사물은 보고 나서 알아야지, 알고 나서 봐서는 안 된다’라는 말입니다. 멈춰서 갈피를 못 잡고 생각만 하면 안 됩니다. 책을 읽기만 해서도 안 됩니다. 우선 선입관을 버리고,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년) : 일본의 철학자로 일본 민예운동의 창시자로 불린다. 조선백자에 반해 21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1926년에는 광화문 철거에 반대 여론을 지폈다고 한다.

 

▶ “이부키 씨(소설의 주인공)는 몇 살이죠?”

 

“스물다섯입니다.”

 

“스물다섯 살이라…. 중요한 나이입니다. 당신은 일본을 떠나 외국에 가야 한다면 바로 지금입니다. 사람은 서른이 지나면 어느샌가 자신의 신념이 만들어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굳는 것처럼 말이지요. 지금이라면 벽에 부딪혀도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방황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굳어지려 하는 전조입니다. 그러니 지금이 중요합니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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