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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후변화’라는 용어를 자주 듣는다. 40도 가까이 기온이 오르고, 잦은 태풍 같은 이상기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후 상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면서도 이상기후에 대한 대비와 예측은 쉽지 않다.

그런데 달력에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 진정한 가을이 시작됨을 알리는 처서(處暑),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白露), 밤이 길어진다는 추분(秋分) 같은 절기를 보면 날씨가 이변이 많지만 해당 절기와 비교적 잘 부합함을 느끼게 된다. 엊그제는 본격 가을을 알린다는 한로(寒露)였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하늘은 더없이 맑고 높으며 단풍이 예쁘게 물들기 시작했다.

서양은 계절을 월(月)로 구분한다. 동양은 이것을 더 세분해 24절기로 한다. 24절기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상상태에 맞춰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황도(黃道·지구가 태양을 도는 큰 궤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24절기는 원활한 농업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이를테면 24절기에 따라 한국은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벌초를 한다. 일본은 24절기 외 잡절(?節)이라고 ‘여든여덟 밤’ ‘이백십일’ 등이 있다. ‘여든여덟 밤’은 입춘으로부터 88일째의 날로 농가에서는 파종의 적기로 여긴다. ‘이백십일’이란 입춘으로부터 210일째 되는 날로, 곡물의 수확을 앞둔 시기라 하여 자연재해에 대비케 한다. 절기에 나타나는 천문학 특징, 기후 특성, 철학적 단상 등 모든 것을 종합해 사람이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한 방법이 24절기엔 함축돼 있는 것이다.

한편 오랫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일의 날씨를 진단하는 경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해져 내려왔다. 기상학적 용어로는 ‘특이일(特異日)’이라 하며, 어떤 날씨가 우연히 특정일이나 그 부근에 자주 발생하는 것을 이른다. 이런 현상은 계절 변화에 따른 기압배치 현상에 따라 형성된다고 한다. 기후 이외에도 어떤 사건이 집중돼 일어나는 날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양과 서양은 하늘을 바라보는 기준이 서로 달랐다. 동양은 북극성과 달을 중심으로 별자리를 나눴고, 서양은 태양을 중심으로 별자리를 구분했다. 그러나 별의 빛, 위치, 운행 따위를 보고 개인과 국가의 길흉을 점치는 점성술의 핵심원리는 우주와의 통합이다. 개인·지구·환경은 모두 하나의 유기체로 여겨지고, 그 모든 부분은 서로 관련된다는 것이다. 동양과 서양은 인간과 우주를 소우주와 대우주로 보아 서로 교감하고 대응하는 관계로 본다는 점에서 같았다. 동양과 서양 사상이 차이가 아닌 동일함을 지녔던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몸과 자연’ 중심의 동양세계와 ‘이성’ 중심의 서양세계가 공존이 필요한 것처럼 세상만사 자연의 법칙과 순리에 따라 음(陰)과 양(陽)이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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