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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품은 에디슨처럼”… 괴짜들이 더 존중받는 ‘미래형 교실’ [4차산업혁명시대 '메이커교육' 현장을 가다]

입력 : 2019-10-08 06:00:00 수정 : 2019-10-07 21: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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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 조례’ 만든 서울 / 3D프린터·IoT 등 첨단기술 활용 / 아이디어대로 몸소 만들어보고 / 창작과정 얻은 지식 학생 간 공유 / 실패 두렵지 않게 ‘도전정신’ 길러 / 엉뚱한 발상·질문 유도하는 학습 / 돈암초, 14개 과정 교육생 ‘북적’ / 2021년까지 52곳 거점센터 구축 / ‘모델학교’도 2020년까지 27곳 지정
#.수업 시작 시각보다 조금 일찍 교실에 들어선 6학년 아이들은 저마다 목공램프를 하나씩 들고 자연스레 사포질을 시작했다. 교사는 수업 재료 준비로 분주했지만 멀뚱멀뚱 교실 앞만 쳐다보는 아이는 없었다. 준비를 마친 교사가 수업 목표와 간단한 도구 사용법을 설명하는 것도 잠시, 아이들은 누구 지시랄 것도 없이 필요한 도구를 찾아 각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말로만 듣던 ‘자기주도적’ 학습이었다.

 

“스스로 재밌어서 그래요.”

 

지난 2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성북구 돈암초등학교 내 서울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를 전담하는 임영진 교사가 말했다. ‘목공을 통한 창의적 메이킹 활동’ 5차 수업인 이날은 6학년 아이들이 3∼4차 수업에서 만든 나무 조명을 직접 꾸며보는 시간을 가졌다.

 

임 교사는 “아이들이다 보니 보통 이렇게 자유로운 수업은 교실이 난장판이 되기 마련인데도, 메이커교육 시간엔 저마다 집중을 잘한다”며 “자기가 상상한 걸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성취감이 교실 여기저기서 들린다”고 덧붙였다.

 

창의와 융합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메이커교육이 국내 교육계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시교육청은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차곡차곡 ‘서울형 메이커교육’을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부산시교육청도 메이커교육에 300억원을 투입키로 하는 등 적극적이다. 충남교육청은 ‘충남형 메이커교육’, 충북교육청은 문화예술 메이커교육에 팔을 걷어붙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돌파구가 메이커교육이라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돈암초등학교 ‘서울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에서 6학년 학생들이 ‘나만의 감성램프 디자인하기’ 메이커 수업에서 스카시톱을 이용해 나무판자를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메이커교육은 상상한 것을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직접 제작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학우와 공유하도록 이끄는 과정 중심의 프로젝트 교육이다.

메이커교육에서는 반드시 뭔가 잘 만드는 ‘성공’의 경험만 중요한 게 아니다. 메이커교육은 과정 중 경험하게 되는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인내하며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태도를 학생들이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매우 적합한 품성이다. 창의적이려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필수인데 메이커교육에서 실수는 배움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수업이 이뤄진 곳은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서울형 메이커스페이스 거점센터 중 한 곳으로 천장형 콘센트,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기 등 다양한 도구를 마련해놓았다. 돈암초 메이커스페이스는 가정과 각 학교에 메이커교육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 등 총 14개의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어 항상 교육생들로 북적북적하다.

 

4명씩 6개조로 나뉜 아이들은 저마다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조그만 나무판자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던 김하늘양은 벌떡 일어나 교실 왼쪽에 마련된 스카시톱을 향해 다가갔다. 스카시톱은 작은 전기식 톱의 일종으로, 아이들이 손쉽게 원하는 모양대로 판자를 자를 수 있게끔 돕는다. 톱이 무섭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양은 대수롭지 않은 듯 “이미 여러 번 해봐서 익숙하다”고 답했다. 지켜보던 임 교사가 작동 중인 톱의 톱날에 손가락을 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톱인 만큼 안전한 종류를 구비해놨다. 임 교사는 “앞서 중학교 수업을 해봤는데 전선 피복을 벗겨본 학생들이 없더라. 충격이었다”며 “안전을 지키면서 실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다루는 법을 학교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돈암초등학교 ‘서울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에서 6학년 아이들이 클램프 등 각종 도구를 사용해 자신만의 램프를 디자인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날 수업에 참관한 서울시교육청 메이커교육 담당자인 최영태 장학사는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서울형 메이커교육의 장점이 잘 드러난 수업”이라며 “학생 주도적인 메이커 교육과정과 엉뚱한 발상과 질문, 협력할 줄 아는 괴짜들이 존중받는 미래형 교실문화가 보급되면서 지금 서울학생들은 창작하기 가장 좋은 시기를 만났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돈암초와 같은 서울형 메이커스페이스 거점센터를 현재 23곳 운영 중이다. 지난해 13곳, 올해 상반기 신규 센터 10곳을 추가로 구축했다. 하반기에 6곳이 더 생긴다. 2021년까지 총 52곳의 거점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거점센터에서는 드론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과 연계한 메이커교육이 이뤄진다. 거점센터 중 일부는 목공형, 첨단기자재형, 코딩중심형 등 학교환경과 지역특성을 반영한 특화형으로 구성된다.

서울교육청은 일반학교의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한 메이커교육 모델학교도 18곳 운영 중이다. 내년까지 총 27곳이 지정된다. 모델학교는 공모로 선정되며 메이커교육 시설·프로그램을 구축·개발할 수 있도록 학교당 5000만원이 지원된다.

서울교육청은 메이커스페이스 공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형 메이커스페이스 홈페이지에서 학생들이 직접 온라인 신청과 승인, 자료 공유 등을 할 수 있다. 서울교육청은 메이커교육 기자재 지원대상학교를 중심으로 3D 프린터를 활용한 메이커교육 담당자 연수와 다양한 교육 콘텐츠 및 지도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동수·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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