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유엔 “성매매 아동, 피해자로 인정해야”

입력 : 2019-10-04 11:06:40 수정 : 2019-10-04 11:10: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에 아청법 개정 권고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합니다.”

 

유엔이 한국정부에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인정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공식 권고했다. 2016년부터 성매매 아동·청소년 지위를 두고 여성가족부와 법무부가 이견을 드러낸 가운데, 유엔이 여가부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유엔이 해당 문제를 두고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최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성매매 아동·청소년, 피해자로 인정해야”

 

4일 세계일보가 확인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UNCRC) 권고안에 따르면, 위원회는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범죄자로 분류한 한국 법률은 자칫 아이들이 신고를 망설이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한국에서) 13세 이상 아동이 성행위에 동의할 수 있다고 취급돼 성착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고 간주된 아이들은 범죄자로 취급되고, 보호처분에 의해 구금돼 범죄신고를 못하는 것은 물론 법률적 조력·성폭력 피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 개정을 통해 성매매 아동·청소년의 지위를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분류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18∼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UNCRC) 제5·6차 심의 모습. 국제아동인권센터 제공

 

위원회는 “(한국 정부는)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지칭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보호처분을 폐지해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법률적 지원과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고안은 전날(3일) 발표됐다. 

 

이번 권고안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심의 후속조치다. 지난달 18∼19일 제네바에선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제5·6차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심의가 열렸다. 정부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입 이후 1996, 2003년에 각각 1~2차 심의를, 2011년 3~4차 심의를 받았다. 이번에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5~6차 심의가 열린 것이다. 위원회는 당시 심의에 성매매 아동·청소년 지위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을 질의하기도 했다. 

 

성매매 아동·청소년 지위를 피해자로 바꾸는 문제는 2016년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2016년 여야 의원들은 아청법 2조에 규정된 성매매 대상 아동 청소년을 모두 ‘피해아동·청소년’으로 바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은 원칙상 본인 성을 판매한 범죄자로 분류돼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2012∼2013년 경기도 부천에서 가출한 A양(당시 13세) 등 10대 소녀 4명이 잠자리 제공을 빌미로 한 성인 남성에게 연이어 성폭행을 당했지만 보호처분이 두려워 신고를 못 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의 사정은 한 지역시민단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법무부와 여가부, 성매매 아동·청소년 지위 관련 3년째 이견

 

다만 법무부와 여가부가 이견을 드러내며 개정안은 3년째 국회에 계류됐다. 여가부는 현행법상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수사·재판 과정에서 본인이 위력 등으로 인해 성매매에 나섰다는 점을 입증해야 해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반면 법무부는 이들을 일괄적으로 피해자로 분류할 경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강제할 수 없어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법무부와 여가부는 지난달 5∼6차 심의에서도 이견을 보였다. 위원회가 해당 법률 개정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을 질의하자 정부 대표로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는 “대상 아동 청소년이 재차 성매매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 지원 마련 방안 등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류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함께 참석한 여가부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른) 보호처분의 경우, 현실적으로 아동·청소년이 소년원 송치 등에 갖는 두려움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조속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고 반박했다. 위원회는 2024년 제7차 심의 때 이번 권고에 대한 후속조치를 제출할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