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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지털 정보가 있어야 세상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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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26 23:57:32 수정 : 2019-08-26 23: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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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무너지는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성당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800년 역사의 파리의 상징인 대성당을 전 세계인은 놀라움과 충격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화재는 유독 전쟁을 많이 겪었던 우리나라의 문화재와 기록물을 사라지게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이렇게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형의 자원이 소멸되는 것과는 달리 개인의 추억을 고이 간직한 사진과 영상, 국가적·역사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행정기관의 디지털 정보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무형의 자원도 소멸되고 있고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디지털 정보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행정안전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디지털 정보를 보존해 미래세대가 오늘의 대한민국 모습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20세기까지는 종이, 필름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생산해 보존했는데, 고대 수메르인의 점토판 기록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모든 정보디지털 기반으로 생산, 가공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정보가 수천 년이 지난 미래에도 보존돼 열어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이 CD로 제작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요즘 출시되는 PC 및 노트북의 경우에는 시디롬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에는 CD에 저장된 조선왕조실록을 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레코드판, 비디오테이프, 플로피디스켓 등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의 기술적 발전과 변천이 디지털 정보를 읽지 못하게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는 소프트웨어의 소멸이다. 2015년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1984년 4월 발매된 아래아 한글1.0 패키지를 확보하기 위해 현상금을 내걸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아래아 한글1.0은 2013년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디지털 문화재다. 문제는 당시 판매된 5.25인치 플로피디스크(설명서·박스 등)를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렇듯 언젠가는 쓰임새가 멈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수많은 디지털 정보를 어떻게 장기적으로 보존해 나갈지 해법이 필요하다.

이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정부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특히 전자정부 강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정보로 생산·제공되는 서비스가 매우 발전돼 있어 더욱 시급하다. 이제까지 축적한 가치 있는 디지털 정보를 우리의 후손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에도 눈을 돌려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해 이를 국내에 적용할 예정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IBM이 공동으로 수행한 올리브 프로젝트, 예일대학교의 소프트웨어 복원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고 관련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어 좋은 방안을 찾아 나가고자 한다.

디지털 정보의 생산과 제공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전자정부는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3회 연속 1위 등 정상권으로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디지털 정보 보존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대국민 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명성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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