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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中, 홍콩에서 ‘소탐대실’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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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20 23:31:44 수정 : 2019-08-20 23: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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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사태 해결 방식이 中미래 가늠 척도 / ‘일국양제’ 걸맞은 정치적 성숙함 보여야

지난 6월 9일 시작된 대규모 시위와 경찰의 강경 진압의 반복은 홍콩의 일상이 된 듯하다. 중국 정부가 무력진압을 경고하면서 선전(深?)에 무장병력을 집결시켜 시위대를 압박하고 있으나 좀처럼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배후에서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중국의 무력진압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문제는 미·중 갈등으로까지 확산됐다.

그동안 홍콩이 누려 온 자유무역항과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이미지와 환경은 이미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 지금이라도 중국 정부는 특별조치를 통해 홍콩 주민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고, 명실상부한 홍콩특별행정구 자치를 허용해야 한다. 사태의 본질을 호도해 미국 배후설로 몰아가서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이번 소요사태만 진정시키면 된다는 중국 지도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이 안타깝다.

오승렬 한국외대 교수 국제지역학

시진핑(習近平) 시대에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의 ‘양제’는 모호해지고, 믿을 수 없는 중국 정부의 공언으로 그 의미가 퇴색됐다. 중국 현 지도부는 국가권력의 일사불란한 절대적 사회통제를 벗어난 홍콩 스스로의 또 다른 제도와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도의 자치와 민주적 정치 제도는 홍콩의 경제적 기능과 사회안정을 보장하는 전제다. 이번 홍콩사태는 2014년 가을에 있었던 홍콩수반 직선제 요구를 앞세운 이른바 ‘우산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묵은 홍콩 주민의 염원이 응축된 결과이며, 표면적 이유인 ‘송환법’ 제정은 시민 저항의 계기가 됐을 뿐이다.

중국 정부의 홍콩 문제 해결 방식은 중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중국 헌법에 규정된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진화 중에 있으며 그 실체가 모호하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무리한 ‘진압’과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닫힌 정책은 중국의 발전이 아직 경직된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미성숙한 정치의 거대한 사회주의 개발도상국 수준에서 나아가지 못했음을 스스로 밝히는 격이다. 홍콩은 중국에는 보석 같은 존재다. 안정적이며 자유로운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과 홍콩달러의 존재는 중국이 경제대국에서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중국 남부지역과 홍콩 및 해외 화인(華人)사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는 중국의 성공적 개혁·개방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홍콩에 대한 중국의 위압적 접근으로 인해 홍콩의 자본과 인적자원이 ‘탈출’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이 국내 정치와 홍콩·대만 문제 해결 방식으로서 무력진압과 사회통제를 선택한다면 동북아 역내 질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격화되는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존립 공간을 찾을까 우려된다. 중국 지도부의 경직된 국가주의 이념 지향성으로 인해 한·중 관계를 포함한 역내 정치경제 질서도 신냉전 기류 속에서 질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운 새로운 보호주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 속에서 한국과 중국은 불필요한 이념적 불신의 벽을 쌓아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이제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이 남겼던 창의적 정책 유산인 미완의 ‘일국양제’를 홍콩에서 완성할 때다. 덩샤오핑은 중국의 변신을 도모하면서 홍콩의 시장경제와 개방적 제도를 십분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일국양제’는 홍콩이 가진 안정적인 자치 환경을 보장해 준다는 약속이다. 단지 과도기 중국의 상황을 고려해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을 뿐이다.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경제의 단물만 섭취하고 정치는 베이징의 뜻대로 주무른다는 것이 아니다. 중국 지도부는 홍콩사태에 대한 아집 속에서 스스로의 손을 묶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홍콩인의 마음조차 감동시키지 못하고서야 어찌 중국을 세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강대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중국에 홍콩이란 중국의 정치적 성숙함을 보여줘야 할 기회의 땅이지 힘을 휘둘러 겁줄 상대가 아니다.

 

오승렬 한국외대 교수 국제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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