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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름·공무원 직급·시민의 노래… 전주시 일제 잔재 청산 '앞장'

입력 : 2019-08-15 03:00:00 수정 : 2019-08-14 16: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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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여의동' 선포식에서 김승수(오른쪽줄 왼쪽 첫 번째) 전주시장과 강동화 전주시의회 부의장(왼쪽 5번째) 등이 기념비를 제막한 뒤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박수로 축하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전북 전주시가 광복 74주년과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기 위해 일제 잔재 청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주시는 14일 덕진구 여의동 주민센터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강동화 전주시의회 부의장, 주민 등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의동’ 선포식과 주민센터 현판 제막식을 하고 기념비를 세웠다.

 

이날 행사는 이 지역에서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해온 행정구역 명칭 ‘동산동’을 105년 만에 ‘여의동’으로 변경해 새 출발을 알리는 자리다.

 

동산동은 1907년 일본 군국주의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창업자 이와사키 야타로의 장남 이와사키 하시야(岩崎久彌)가 자신의 아버지 호인 ‘동산(東山)’을 따 창설한 동산 농사주식회사 전주지점이 위치했던 데서 유래했다. 일제는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이곳 옛 지명인 ‘편운리(片雲里)’를 없애고 동산리로 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전주시는 올해 초부터 일제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행정구역 명칭을 이같이 바꾸기로 했다. 여의동은 ‘뜻을 이뤄주고 용(龍)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다’는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일대에 덕룡·구룡 ·발용·용암·용정 등 유난히 용과 관련된 마을이 다수 분포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김승수 시장은 선포식에서 “일제 잔재물을 청산하고 지역 정서와 특성을 반영해 명칭을 후손에 물려주게 한 주민들께 감사드린다”며 “아픈 역사의 현장을 바꾸고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주시는 일제 강점기 다가교에 세워진 석등에 대해 안내판을 설치해 시민들이 치욕스러운 역사를 잊지 않도록 했다. 안내판에는 교육과 신앙, 독립, 민주주의 등 염원을 안고 다리를 건너던 옛 시민들의 마음과 일제 강점기 오역의 역사를 기록했다.

 

인후동 기린봉아파트 진입로에 자리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 이두황 단죄비에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별도의 표시판을 세웠다. 이두황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에 가담하고 동학농민군 토벌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와 함께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공무원 직급 명칭도 직원 공모를 통해 순우리말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일제 통감부 시기에 만들어진 ‘이사관’(2급)을 비롯해 ‘서기관’(4급), ‘사무관’(5급), ‘주사’(6급) 등 직급이 대표적이다.

 

또 친일행적으로 논란이 된 김해강 시인이 쓴 ‘전주시민의 노래’도 음악·문학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개정하기로 했다. 1950년대에 만든 이 노래는 전주의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현세대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주시 관계자는 “광복 74주년이자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역사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일제 잔재를 말끔히 청산해 역사를 바로 세우고 시민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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