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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연 김정선 화가 “꽃·구름같은 현실에 천착”

입력 : 2019-08-14 01:00:00 수정 : 2019-08-13 20: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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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를 산다. 찰나의 순간조차 붙들지 못해 그저 흘러가는 것을 지켜볼 따름이다. 지금 이 순간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거나 아름다웠던, 혹은 가슴 저미는 한 조각으로 자리한다. 이따금 그것들은 훅 떠올라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김정선 작가의 신작 ‘물수제비’. 통인화랑 제공

김정선(47·여) 작가는 20여년 동안 옛 사진 속 추억의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풀어내왔다. 그의 작품 속 인물이나 풍경들은 누구나 본 듯한, 누구나 마주했을 법한 것들이다. 오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인화랑에서 열리는 김 작가의 개인전 ’다시 지금 여기에’의 작품들도 그렇다. 다만 그동안 사라진 먼 과거의 기억들을 끄집어내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서 작가는 전시회의 제목처럼 발 밑에 현존하는 대상들에 주목했다. 꽃과 풀, 구름, 어린아이 등 마치 누군가의 SNS 프로필 사진에서 본 듯한 이미지들을 작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재조합했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은 마냥 단순하거나 밝아 보이진 않다. 강렬한 색채 속에도 배경에 스밀 듯 흐릿한 대상들은 실존하는 듯하면서도 시간을 품고 실체 없이 떠다닌다. 순간을 그렸지만 멈추지 않고 기억 안에 살아 있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망각된 기억을 현재로 끌어내려는 끊임없는 시도에는 삶은 생과 사의 반복이라는 작가의 고뇌가 엿보인다. 순간을 기억하는 것은 사라지는 생을 구해내려는 노력이다. 이번 전시회에 걸린 화려한 핑크뮬리, 구름 뒤 햇살, 하얗게 빛나는 배꽃도 그가 누군가의 생사를 마주한 뒤 그려낸 것들이다.

김 작가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예전에는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거렸지만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가는 한 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관념을 떠난 일상 속 이미지가 현재를 깊이 깨닫게 하며, 이를 통해 내면의 진실을 끄집어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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