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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현관 앞에 앉은 나방이 조용히 알을 낳더니 며칠 후 죽어서 땅에 떨어졌다. 올해 유난히 이 곤충이 많이 보인다 했더니 결국 뉴스에 등장했다. ‘매미나방’이다. 나무에 가만히 붙어 있는 모습이 매미와 닮은 점이 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얌전하고 하얀 암컷보다 활발하게 이리저리 짝을 찾아 날아다니는 갈색 수컷의 특징을 따서 ‘집시나방’이라고 부른다.

뉴스에 나오듯 충북과 경기도를 비롯해 도시 인근에서 매미나방이 많이 보인다. 가로등 아래 떼로 모여 산란하는 매미나방의 낯선 모습에 외래종이 아닌가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렇지만 매미나방은 유라시아 대륙 북반구에 널리 분포하는 자생종으로, 우리나라에는 1887년 독일의 곤충학자 픽센이, 1884년 헤르츠가 한국에서 채집한 나비목 표본을 조사해 처음 보고했다.

현재 매미나방에 대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1868년 미국의 실크산업을 위해 유럽에서 도입한 매미나방이 숲으로 탈출해 미국 동부지역부터 서쪽으로 급속도로 퍼져 산림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방제하기 위한 비용만 매년 1000만달러가 넘는다. 현재 물자를 수송하는 컨테이너 선박이 미국과 캐나다에 입항하기 위해서는 식물검역법에 따라 매미나방과 그 알이 없음을 검증한 무감염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도심에 날아든 매미나방은 미관상 좋지 않은 인상을 주며 생활공간에 날아들어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사실 매미나방은 애벌레가 각종 식물을 먹어치워 산림을 황폐화시키는 주요 산림해충이다. 매미나방은 눈에 잘 띄는 털에 덮인 알집을 만든다. 봄에 애벌레가 부화하면 거미줄처럼 실을 타고 사방으로 퍼지는데, 그 전에 알집을 긁어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방제 방법이다.

김태우·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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