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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법 만들라”… 성난 러시아 민심

입력 : 2019-07-30 19:43:13 수정 : 2019-07-30 22: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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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서명운동에 65만명 참여 / 매년 가정폭력 피해자 1600만명 / 푸틴 ‘비범죄화’ 개정법 분노 폭발

러시아에서 가정폭력범 처벌 강화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이 65만명을 돌파하는 등 반(反)성폭력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서명운동은 최근 10여일 동안 격렬한 호응을 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캠페인이 불붙였다. 지난 20일 인권활동가인 알렉산드라 미트로시나는 얼굴에 멍이 들고 칼로 베인 상처를 화장으로 표현해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는 문구의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에 게시(사진)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입법 운동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이 게시물은 이날까지 44만8000여명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후 SNS상에는 ‘블러디 메이크업(bloody makeup·피흘리는 화장)’을 한 얼굴 사진을 올려 러시아 내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는 게시물이 약 7000건 올라왔다.

 

이를 계기로 2017년 관련 법 개정 후 누적된 피해와 분노가 폭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당시 가정폭력범을 ‘비범죄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뼈가 부러지거나 뇌진탕에 걸려 병원에 실려가지 않을 정도의 구타, 멍, 출혈을 ‘심각하지 않은’ 폭력으로 규정하는 내용이었다.

 

이듬해인 2018년엔 세 10대 소녀가 자신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러온 친부를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가정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공분이 고조됐다.

SNS 등을 통해 이번 청원 캠페인을 펼쳐온 알리오나 포포바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매년 가정폭력 피해자가 1600만명에 이른다”고 고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이날 유로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해 러시아 가정폭력 실태에 대해 펴낸 보고서 제목은 ‘나는 널 죽일 수 있고 누구도 날 막지 못한다’는 제목이었다”며 “이 말은 가정폭력을 경찰에 신고한 여성을 두고 경찰이 그냥 떠나자 가해자 남편이 실제로 한 말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17년 법개정은 거대한 후퇴였다”고 지적했다.

 

미국 타임지는 인권운동가의 발언을 인용해 “지난 10년간 푸틴의 보수적 국가주의 하에서 성차별주의가 심화됐다”고 보도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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