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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은 불법 증축… 구청은 점검 외면… 안전불감이 부른 ‘참사’

입력 : 2019-07-29 06:00:00 수정 : 2019-07-28 2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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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클럽 무대 붕괴 2명 사망·25명 부상… 결국 ‘인재’ / 복층 77㎡ 몰래 확장 지지대 허술 / 1년 전 파손사고 내고도 조치 안 해 / 음식점 신고하고 유흥주점 영업 / 경찰, 공동대표 3명 등 4명 입건 / 부상자 중 각국 수영선수 8명 포함 / 세계대회 중 ‘후진국형 사고’ 망신 / 외국인 선수 클럽서 성추행 체포
합동 현장감식 27일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치는 참변이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클럽 내부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광주=뉴시스

 

“쿵∼.” “우지직∼.”

 

지난 27일 오전 2시44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의 복층 목재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 23㎡ 크기의 목재구조물 위에 30여명이 한꺼번에 올라가 춤을 추면서 지지대가 견디지 못한 것이다. 목재구조물 아래의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이 깔리면서 2명이 숨지고 25명이 상처를 입었다. 경찰 조사에서 이 목재구조물은 클럽이 불법 증축한 시설물로 확인됐다. 새벽에 2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클럽 목재구조물의 붕괴 사고는 결국 예고된 ‘후진국형 인재’로 드러났다.

 

28일 광주경찰청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이 클럽은 2015년 7월 건물 1, 2층 504㎡를 일반음식점으로 운영하겠다고 신고했다. 건축 대장에 허용된 클럽의 복층 면적은 108㎡다. 하지만 이 클럽은 2017년 12월 복층 구조물의 면적 77㎡를 몰래 더 확장했다. 불법 증축한 목재구조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장치는 천장으로 이어지는 파이프 2개와 1층 바닥에서 지탱해주는 파이프 1개가 전부였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안전장치를 한 것이다.

 

이 목재구조물을 이용하는 인원 수는 제한을 두지 않아 손님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그러다가 이날 손님들이 몰리면서 불법 구조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이미 1년 전인 지난해 6월, 이 목재구조물의 바닥재가 파손돼 20대 여자 손님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업주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물었지만 불법 구조물은 철거되지 않아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은 이 클럽은 개점 초기에 음악을 틀고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해 유흥주점처럼 불법영업을 했다. 2016년 3월과 6월 두 차례 영업정지와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2017년 7월 광주 서구의회가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이 클럽의 변칙영업이 합법화됐다. 이 조례는 150㎡ 이하 음식점의 경우 별도의 춤을 추는 공간이 아닌 객석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광주 서구를 비롯해 서울 마포와 광진구, 서대문구, 부산 진구 등 5개 자치구가 이런 조례를 두고 있다.

 

광주 서구는 조례에 따라 1년에 두 차례 이 클럽에 대해 안전점검을 하도록 돼 있지만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클럽 내 적정 수용인원이 기준이 되는 객석 면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 8명이 상처를 입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수구와 경영에 참가한 선수로 국적은 미국과 이탈리아, 브라질, 뉴질랜드이다. 크리스토퍼 램지 미국 수구협회장은 “여자 대표 팀의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클럽의 공동대표 김모(51)씨 등 3명과 영업부장 1명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3명의 공동대표가 역할분담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각자 업무 과정에서 과실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장소가 클럽인 점을 감안해 ‘물뽕’(GHB) 등 마약이 유통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사고현장에서 술병과 술잔을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광주 클럽 붕괴 사고를 계기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다중이용건축물 등 정기점검 대상 건축물에 대한 불법 증축 점검을 신속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외국 남자 선수는 한 클럽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이날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영선수 A(23)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쯤 광주 서구 한 클럽에서 피해자 B(18)양의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한현묵 기자, 이도형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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