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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인가 범죄인가…뉴질랜드서 아이 성기 만진 中 노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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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27 08:00:00 수정 : 2019-07-27 01: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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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뉴질랜드에 사는 중국 출신 남성 렌모(79)씨는 지난해 8월 크라이스트처치의 문화체육센터에 갔다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부자를 발견했다. 아이 모습을 보고 중국에 남겨둔 손자가 떠오른 듯 그는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고 아이 성기를 휙휙 넘겨봤다. 그가 웃으며 다시 한번 성기를 만지자 아이 아빠는 렌씨의 행동을 제지하면서 경찰을 불렀다. 2009년 중국에서 뉴질랜드로 건너온 렌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런 행동이 여기서는 불쾌한 것으로 여겨지는지 몰랐다”며 “손자가 몹시 그리워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렌씨는 다행히 처벌을 면했다. 렌씨의 딸이 중국에서는 남자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것이 친밀함·애정의 표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보고서를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렌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렌씨의 행동에 성적 동기가 없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장은 “아이 가족을 화나게 했다는 점에 렌씨도 충격을 받았으며,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보상을 기꺼이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렌씨의 행동은 그가 속했던 문화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부모도 렌씨의 사과를 수용하면서 1000뉴질랜드달러(약 79만원)에 합의했다.

 

1년 전 발생한 이 사건은 중국 뉴스포털 소후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리면서 다시 한번 중국 내에서 격론을 불러 일으켰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 기사에 120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약 300개가 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행동이 문화의 일부라는 생각을 전혀 못 해봤다는 내용이었다. 수십년 전 시골 지역에서는 노인들이 종종 이런 행동을 하곤 했으나 지금은 ‘죽은 관습’이며, 이제는 추한 행동으로 취급된다는 의견은 200개 정도였다. 나머지는 기사에 의문을 표하거나 분노, 의심을 나타내는 이모티콘 댓글이었다.

 

렌씨 세대에게 이런 관습이 있었던 것은 중국의 오랜 남아선호사상 때문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어린 남자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것은 일종의 가족적 자부심을 고양하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기저귀 사용이 보편화하기 전 중국에서는 남자아이들이 성기를 내놓은 채 가랑이가 터진 옷을 입곤 했던 것도 이같은 관습에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아이 부모의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가 아닌 이상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중국에서조차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중국에서도 지난 3월 한 남성이 공중목욕탕에서 모르는 아이의 성기를 만졌다가 15만위안(약 2581만원)을 물었던 사례가 있다.

 

내용과 상관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성교육 전문가인 베이징사범대 류웬리 교수는 “남자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것은 어른이 아이를 존중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을 반영하는 중국 문화에서 나타난 끔찍한 습관”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도 자신을 보호한다는 개념을 잘 알고 있고, 부모들도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도시 지역에선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남이 성기를 만지는 행동을 용납하면 아이들이 그런 행동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고, 나중에 자기보호와 상호소통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자신의 성기는 샤워나 목욕을 할 때 부모들, 진료를 받을 때 의사들만 만질 수 있다는 점을 자녀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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