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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신영숙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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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21 13:42:01 수정 : 2019-07-21 14: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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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도나역을 맡은 배우 신영숙이 주제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신영숙은 요즘 뮤지컬 극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다. 화려한 무대와 노래가 호평받은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에서 ‘모르가나’역을 맡아 폭발적 가창력을 보여준 데 이어 8월부터는 인기 뮤지컬 맘마미아의 여주인공 ‘도나’로서 무대에 선다. 여성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맡고 싶어하는 도나 역을 맡은 건 2016에 이어 두번째. 신영숙은 “3년 사이 여러 작품을 하고 경험을 쌓으며 인간으로서 더 성장했다 보니 도나로서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3년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칭찬을 들으며 너무 행복하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전설의 영웅 아더왕의 이복누이역인 모르가나와 지중해 작은 섬에서 홀로 딸을 키우는 호텔 주인 도나는 배역으로서 간극이 크다. 신영숙은 도나가 훨씬 더 연기하기 어려운 배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이 모르가나는 무대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발산하니 밝고 신나는 맘마미아의 도나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정반대”라며 “창작 초연인 엑스칼리버에선 내가 첫번째 모르가나로서 비교적 자유로운 연기가 가능하지만 맘마미아는 태어난 지 20년된 뮤지컬이다 보니 주옥같은 연기가 딱 매뉴얼화되어 있어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연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적으로 도나가 ‘모든 것은 승자의 몫(위너 테익스 올)’을 부를 때 도나가 살아온 인생을 노래 한 곡에 다 담아야 하거든요. 그 깊이를 디테일하게 표현하길 연출자가 원하는데 힘들지만 그래야 관객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 부분이 인기 뮤지컬로서 맘마미아의 힘 같아요.”

 

오랜 조연시절을 거쳐 정상의 뮤지컬 배우 반열에 오른 신영숙의 데뷔는 1999년 명성황후의 ‘손탁’역이다. 성악 전공자로서 유학을 고민하던 차에 시험 삼아 본 명성황후 오디션에서 바로 붙었다. “여자 배역이 많지 않은 명성황후에서 손탁은 큰 역할인데 덜컥 맡게 됐어요. 무대에 딱 섰는데 ‘이 길이 내 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후 신영숙은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었기에 연기·무용 등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서울예술단에 들어가 8년 동안 연기 경력을 쌓았다. 명성황후 무대에 다시 선 건 2015년. 16년 만에 데뷔작에 주인공으로 돌아온 것이다. 신영숙은 “1999년 당시 출연진 술자리에서 막내인데 호기롭게 ‘나중에 명성황후를 할 거다’라고 장담했는데 예술의전당 같은 무대에 진짜 주인공으로 올라가게 됐다. 혼자 무대에 올라가 객석을 바라보는데 잠깐 사이에 그때까지 겪은 일들이 그야말로 필름처럼 흘러가는 경험을 했다”고 회상했다.

 

조연시절 오디션에서 1등을 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출연하지 못한 경험도 있는 신영숙은 이제야 전성기를 달려가고 있다. 신영숙은 “30대 중반부터 전성기가 오면서 시간을 거꾸로 가서 남들은 주연에서 내려올 40대에 주연을 더 많이 하고 있다”며 “원래 역할을 주·조연으로 구분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연기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했는데 그런 자세가 연출이나 제작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덕분에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20여년 동안 뮤지컬 무대에 서다보니 신영숙은 정말 많은 배역을 맡았다. 명성황후에 이어 캣츠에선 ‘그리자벨라’, ‘모차르트!’에선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엘리자벳’에선 ‘엘리자벳’, ‘레베카’에선 ‘댄버스 부인’ 등을 연기했다. 모두가 소중한 작품이지만 신영숙에게 더 각별한 작품은 모차르트다. 여기서 부른 ‘황금별’이란 노래가 ‘대박’터지면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신영숙은 “그 노래를 만난 건 제 인생의 기회였다. 노래방에서도 ‘(가수)신영숙’으로 검색하면 그 노래가 뜬다. 듣는이에게 도전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노래다. 그 노래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는 팬레터도 많이 받았다. 덕분에 인지도가 많이 생겼고 현재 소속사(EMK엔터테인먼트와도 좋은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 출연작에 대한 신영숙의 기억은 매번 팬들에 대한 감사로 끝났다.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의 일대기를 그린 엘리자벳의 경우 한 무대에서 16세에서 60세까지 폭넓은 연기를 해야하는데 팬들이 오래전부터 신영숙에게 잘 어울리니 출연해달라고 부탁한 뮤지컬이었다. 신영숙도 2012년 국내 초연때부터 출연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안돼 지난해에야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신영숙은 “너무 감사한 건 오히려 연기가 더 좋아진 40대에 출연해서 잘된 것 같다. 팬들과 같이하는 느낌이 있었고 첫 공연 때 로비에서 팬들과 잠깐 인사하는데 모두 같이 울었다. 팬들과 같이 꿈을 이룬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신영숙은 평소 공연 때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객석이 보이냐는 물음에 “잘 보일 때도 있고, 안 보이더라도 객석의 기운은 바로 느껴진다. 그 기운을 배우들이 받는다. 무대에서 공연의 80%가 만들어진다면 20%는 객석에서 만들어진다”고 답했다. 

 

신영숙은 지난 5월에는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그는 “그렇게 대중적이지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아니었는데 오랫동안 응원해준 팬이 있어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며 “처음으로 ‘신영숙’이란 제 캐릭터로 무대에 서니 너무 매력 있고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콘서트를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명성황후, 엘리자벳 등. 이젠 하고 싶은 건 다 한 거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며 다가오는 도전은 피하지 않고, 영역에 벽을 쌓지 않고 다 해볼 생각입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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