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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어디 있나?… '1000억 요구' 배익기氏 "저번에 불도 났고 해서"

입력 : 2019-07-17 00:01:03 수정 : 2019-07-16 23: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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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창제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국가 소유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소장자 배익기(사진 가운데)씨는 여러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1000억원을 주면 국가에 반납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배씨는 상주본이 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판결이 (이렇게)나면서 ‘상주본이 있다, 없다’ 이런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씨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아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심리불속행 기각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상주본은 국가 소유이니 국가가 배씨를 상대로 강제로 회수해도 된다는 의미다.

 

일명 ‘한글 해설서’로도 불리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8명의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을 만든 원리, 해석, 용례 등을 자세히 적은 책이다. 한글이 창제된 지 3년이 지난 세종 28년(1446년) 발행됐다.

 

당초 여러 부가 제작됐지만 일제 민족말살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소실됐다.

 

2008년까지만 해도 남아있는 해례본은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 있는 ‘간송본’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해례본은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됐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런데 2008년 7월 경북 상주에 거주하는 배씨가 또 다른 판본을 공개했다. 이 때부터 배씨가 소장하고 있던 판본은 ‘상주본’으로 불리게 됐다. 

 

당시 공개된 상주본은 간송본에 비해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16세기에 표제와 주석이 더해져 학술가치 또한 높은 것으로 인정 받았다.

 

 

배씨는 당시 골동품점에서 고서 2박스를 30만원에 사들였는데, 여기에 상주본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상주에서 고서적 등을 판매하는 조용훈(2012년 사망)씨는 배씨가 고서 2박스를 사는 과정에서 상주본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11년 5월 배씨가 조씨에게 상주본을 돌려줘야 한다고 확정 판결했다.

 

조씨는 문화재청에 상주본 소유권 일체를 기증한다고 밝힌 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배씨가 2014년 5월 절도 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며 상황이 반전됐다.

 

문화재청이 배씨를 상대로 상주본을 회수하기 위한 강제집행에 나서려 하자, 배씨는 강제집행을 막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절도 혐의가 무죄로 판결이 난 데다, 조씨가 제기했던 민사 판결에만 근거해 상주본을 돌려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배익기씨가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불에 약간 탄 모습.

 

이 과정에서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2017년 4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면서 불에 일부가 그을린 훈민정음 상부존 사진을 공개한 적 있다. 이 때를 끝으로 현재까지 상주본의 행방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국가가 배씨로부터 상주본을 강제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대법원이 (15일)최종 판단했지만, 상주본이 어디 있는지, 보관·상태는 괜찮은지, 심지어 있는지, 없는지조차 배씨가 입을 열지 않으면 알 길이 막막하다.

 

배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게 단서가 되기 때문에 없어도 없다고, 있어도 있다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번에 불도 나고 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현실적으로 양보안을 제가 낸 거 아닌가? 대대로 집안에 두는 것도 좀 웃기는 일이다. 전문가들이 스스로 내린 판단(감정가 1조원)이니까 한 10분의 1 정도는 나한테 달라고 해서 1000억원이란 금액이 나온 거다. 그러면 나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모른 채하고 끝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10분의 1이 1000억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부 학자들이 “상주본의 가치가 1조원은 될 것”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국가가 배씨에게 최대로 사례할 수 있는 금액은 1억원이다.

 

배씨는 15일 JTBC ‘뉴스룸’ 등과의 인터뷰에서 “길에서 주운 돈도 5분의 1은 주는데 저한테 10분의 1은 줄 수 있지 않나”라며 “소유권을 뺏기는 것만으로도 억울하다. 국가가 안 되면 민간(기업이나 독지가)에서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상주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박물관을 세워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씨는 박물관을 세울 돈은 있으면서, 자신에게 줄 돈은 1억원밖에 안 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대법 판결 이후 문화재청은 배씨에게 회수공문을 보내고 17일 그를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배씨가 상주본 반납을 계속 거부할 경우 강제집행이나 압수수색도 고려하고 있다.

 

배씨는 “나는 지금 관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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