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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파라오의 영광 뒤엔… 수백만 백성의 피, 땀, 눈물 [박윤정의 그레이트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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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8 11:00:00 수정 : 2019-07-17 23: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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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룩소르 신전
신전 모퉁이를 돌 때마다 벽에 새겨진 조각상과 그림들에서 이집트 역사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읽지는 못하지만 가이드 설명으로 파라오들의 역사를 확인한다.

카르나크 신전을 둘러보는 것은 뜨거운 열기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신전이 만들어 준 그늘이 고맙다가도 조금만 햇볕으로 나가면 사막의 태양이 뿜어내는 열기에 숨을 쉬기도 어렵다. 전체 면적의 고작 10% 남짓만 발굴되었다는 이 거대한 사원을 둘러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이집트와 파라오 번영을 위해 동원됐을 수백만명 이집트인들을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거대한 바위를 깎고, 세우고, 문자와 문양을 새기는 과정은 고도기술이 필요한 동시에 지난한 열기와의 싸움이었을 것이다.

가이드 설명에서는 이름도 모두 기억하기 힘든 파라오와 신들 이름이 쏟아지고 있지만 종교적 믿음이든, 파라오 절대권력이든, 인류 문명을 꽃피운 것은 결국 무수히 동원됐을 일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그들을 기억하며 카르나크 신전을 나와 룩소르 신전으로 향한다. 가이드에게 룩소르 신전으로 가는 길에 서점을 들러 달라고 부탁했다. 수천년 역사와 다양한 상징으로 가득 찬 신전을 한나절 설명만으로 이해하고 기억하기 힘들어 설명서를 구하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가이드가 설명하면서 펼치던 그림들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서점에 있을 거란다. 아쉽게도 신전 근처에는 특별히 안내책자를 판매하는 곳도 없다.

룩소르 서점. 이집트 서적뿐만 아니라 외국어 서적 등 다양한 책자들이 2층까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룩소르 신전. 승리의 길에는 무려 700개에 달하는 사자 몸에 파라오 얼굴을 한 스핑크스들이 놓여 있었다.
제1탑문은 현재는 많이 훼손되어 있지만 오벨리스크가 초입에 우뚝 솟아 있고 4개 커다란 파라오 입상과 2개 좌상이 위치해 있다. 원래 오벨리스크는 좌우에서 마주보는 두 개였지만 하나는 이집트가 프랑스에 선물하면서 현재 파리 콩코드 광장에 서 있고 남은 하나의 오벨리스크만이 외롭게 제1탑문의 지키고 있다.

룩소르에서 가장 크고 유명하다는 서점은 이집트 서적뿐만 아니라 외국어 서적 등 다양한 책자들이 2층까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이집트 역사책들이 자리한 곳으로 안내를 받으니 영어, 불어, 독일어 등 발굴에 참여했던 서유럽 언어로 된 책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그 가운데 그림이 가득한 책으로 몇 권 사들었다. 신전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다양한 상징들을 이해하기에 좋을 듯하다.

서점을 나온 차는 다시 룩소르 신전으로 향한다. 룩소르 신전은 기원전 1408년, 신왕국 18왕조의 아멘호텝 3세 때 지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테베의 삼위신인 아문, 아문 아내 무트, 그리고 그들의 아들 콘수에게 헌정된 신전이다. 아몬 대신전 부속건물로 지어졌으며 지금은 없지만 원래 두 신전 사이에는 승리의 길이 있었다고 한다. 승리의 길에는 무려 700개에 달하는 사자 몸에 파라오 얼굴을 한 스핑크스들이 놓여 있었다.

룩소르 신전. 기원전 1408년, 신왕국 18왕조의 아멘호텝 3세 때 지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테베의 삼위신인 아문, 아문 아내 무트, 그리고 그들의 아들 콘수에게 헌정된 신전이다. 아몬 대신전 부속건물로 지어졌다.

신전에 도착하니 양 옆으로 서 있는 스핑크스들이 반긴다. 길이 260m 정도로 카르나크 아몬 대신전보다는 작지만 규모와 스핑크스 수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제1탑문은 현재는 많이 훼손되어 있지만 오벨리스크가 초입에 우뚝 솟아 있고 4개 커다란 파라오 입상과 2개 좌상이 위치해 있다. 비록 허물어지고 무너져 있지만 화려한 색채로 웅장하게 서 있었을 옛 시대 모습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입구 좌우 벽면에는 람세스 2세가 히타이트족과 치른 카테슈 전투가 묘사되어 있다. 원래 오벨리스크는 좌우에서 마주보는 두 개였지만 하나는 이집트가 프랑스에 선물하면서 현재 파리 콩코드광장에 서 있고 남은 하나의 오벨리스크만이 외롭게 제1탑문의 지키고 있다.

람세스 2세 광장을 지나 열주 회랑이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간다. 광장 한켠에 이슬람교를 룩소르로 데려온 책임을 맡고 있는 아부 알 하그가를 기념하기 위한 이슬람 신전이 세워져 있다. 이집트 신전 내의 모스크가 생뚱맞지만 로마시대에는 성당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때로는 신전 돌을 빼내어 다른 용도로 재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신전이 어떤 용도로 지어졌던 문명과 역사가 변화하면서 그에 맞게 다시 이용되고 해석되는 것은 후세대들의 몫인 듯하다. 오히려 역사 한 페이지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깊이만큼 켜켜이 쌓이는 나이테처럼 세월 흔적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아부 알 하그가 모스크. 람세스 2세 광장 한켠에 이슬람교를 룩소르로 데려온 책임을 맡고 있는 아부 알 하그가를 기념하기 위한 이슬람 신전이 세워져 있다.

오랜 세월 만큼이나 이집트 유명한 파라오들, 투탕카멘, 하트셉수트, 람세스 2세, 그리고 아멘호텝 3세 등이 이 신전을 짓고 증축하는 데 한몫을 했다고 한다. 신전 모퉁이를 돌 때마다 벽에 새겨진 조각상과 그림들에서 그들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읽지는 못하지만 가이드 설명으로 파라오들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로마인들과 그 이후 기독교인들 또한 이 신전에 영향을 끼쳤다 하니 시대를 살아온 흔적들을 그대로 반영된 채 자리한다.

룩소르 신전은 마치 과거 연대기들로 가득한 역사책 같다. 카데슈 전투, 오페트 축제 등이 담겨 있고 거대한 사원 기둥들, 오벨리스크 등에서도 신화 같은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룩소르 신전은 마치 과거 연대기들로 가득한 역사책 같았다. 카데슈 전투, 오페트 축제 등이 담겨 있고 거대한 사원 기둥들, 오벨리스크 등에서도 신화 같은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열주회랑과 아메노피스 3세 광장과 태양 광장 등을 지나니 석양이 붉은빛으로 신전을 물들이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수천년 역사를 마주하는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룩소르에서 맞는 석양에 비친 신전은 고대도시를 신비롭게 감싸며 그들의 흥미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쏟아낸다. 조명을 받은 그 폐허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비감 속에 웅장해 보인다.

룩소르에서 맞는 석양에 비친 신전은 고대도시를 신비롭게 감싸며 그들의 흥미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쏟아낸다. 조명을 받은 그 폐허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비감 속에 웅장해 보인다. 나일강의 자연적인 아름다움에서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우아함까지 하나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하루였다. 지금은 세계역사의 중심에서 비켜 있는 듯하지만 이집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후손으로서 수천년간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쳐왔다는 사실에 새삼 경외감이 들었다. 크루즈로 돌아와 나일강 위로 저무는 낙조를 바라보며 한낮의 뜨겁던 이집트 문명을 되새겨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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