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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정치인’ 성희롱·외모지적 등 ‘여혐공격’ 전세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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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5 20:39:46 수정 : 2019-07-16 14: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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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세력 중심 성폭력·혐오 만연 / 모든 플랫폼서 외모 등 악플 난무

유색인종 여성 의원들을 향해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별적 발언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유럽에서도 여성 정치인들을 겨냥한 사이버폭력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을 주도하는 건 극우 세력으로 남성 정치인들에게는 가해지지 않는 성폭력성 발언과 위협, 여성혐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만연하고 있다. 각 여성 정치인에게 전송되는 온라인 메시지의 대략 20% 이상이 이런 혐오성을 띄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 女 정치인, ‘극우 주도’ 사이버폭력에 고통

 

BBC는 14일(현지시간) 온라인 극단주의 등을 다루는 씽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와 함께 유럽 전역의 유명 정치인들이 받는 코멘트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주류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모든 플랫폼에서 여성 정치인들은 성별, 인종, 외모 등에 대한 악플에 빈번히 노출돼 있었다. 이들은 비슷한 입지와 기조를 가진 남성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더 집중적인 인신공격 타깃이 됐다.

 

독일의 카타리나 슐츠 바이에른 녹색당 공동대표는 BBC에 “백인 남성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며 “그들은 나와 같은 젊은 여성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게 해줬으니 자신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슐츠에 따르면 그가 매일 받는 메시지의 평균 20%가 모욕성이다. 주요 SNS 반응을 보더라도 25% 이상이 그의 외형과 성별에 주목했다. 슐츠가 받는 이메일 상당수도 성폭력적인 내용이다. 그가 이민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민자들과 잠자리나 하라”고 폭언을 뱉는 식이다. 어떤 정책을 펴든 인신공격이나 비하성 발언에 시달리며 평가가 격하되는 것이다.

 

슐츠와 공동대표인 남성 정치인 루드비히 하트만의 경우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질 낮은 공격에는 노출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이처럼 남성 정치인들을 향한 공격은 정책 자체를 향한다면 여성 정치인들에게는 각종 여성혐오가 패키지처럼 따라다닌다.

 

지난 4월 프랑스 신임 정부 대변인에 임명된 세네갈 출신의 시베스 은디예도 페이스북, 트위터, 포챈(4chan)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극우 세력의 지속적인 혐오 공격을 받아왔다. 대변인 지명 이후 2주 동안 그가 트위터에서 받은 메시지 22.7%가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을 포함했다고 ISD는 분석했다. 은디예의 독특한 머리모양에 대해 “여기가 세네갈인 줄 아는가? 이곳은 프랑스이며, 그녀가 흑인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하고 다닐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는 편협한 비난 등이 이어졌다.

 

BBC는 모욕과 여성혐오적 언어가 영국 SNS 플랫폼에 이미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남성 장관들에 비해 여성 장관들이 당하는 모욕성 폭력은 두 배에 달하며 절반 이상이 성별 자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ISD는 밝혔다.

 

◆좌·우 가리지 않는 美 여성혐오…‘성차별적 분노’만 배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 의원들을 향해 “자기 나라로나 가라”고 한 것도 전형적인 여자 정치인에 대한 혐오 방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07년 이미 이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NYT는 “여성 혐오는 당파를 초월하는 문화”라며 “정치인을 비판할 때 쓸 수 있는 말이 차고 넘치지만 늘 여성 정치인을 향해서는 성차별적인 분노가 표출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대표적으로 트위터에서 끊임없이 옷차림과 머리모양 지적을 받아온 힐러리 클린턴, 그 배턴을 이어받아 “밤새 놀다 못 지운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는 평이나 들어야 했던 켈리앤 콘웨이 등이 있었다. NYT에 따르면 두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견해를 대변함에도 “야망있고 적극적인 여성상에 대한 사회의 거부감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없어…“여자가 웬 정치? 밤에만 쓰는 것”

 

해외만큼 여성 정치인이 많지 않아서 덜 도드라질뿐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의 좁은 입지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사이버폭력이 비일비재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류여해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자신의 정치 생활 동안 성희롱을 한 적이 없었다고 자신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최근 류여해 한국당 전 최고위원을 향해 “주모” 운운하는 식으로 여성혐오 지적을 받았다.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뉴시스

지난해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신지예 녹색당 후보의 포스터 관련 온오프라인상의 공격은 가장 상징적인 사례라 할 만 하다. 거리에 붙은 신 후보의 포스터가 계속해서 훼손됐고, 인권변호사라는 인물이 “아주 더러운 사진. 개시건방진. 찢어버리고 싶은 벽보” 등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우리나라보다도 못한 젠더 의식을 가진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성 정치인들이 테러나 총기 공격을 받는 등 극단적인 폭력에도 무방비 노출돼 있다. 전세계적으로 여성들의 적극적인 정치, 사회 진출에 있어 공격적이지 않은 곳은 아직 드문 셈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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