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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뢰 맞은 21살 청년 목숨 구한 美육군 대위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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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5 18:43:03 수정 : 2019-07-15 1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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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으로 가던 중 낙뢰 사고 현장 목격 / "육군 의무장교" 신분 밝히고 응급구조 나서 / 21세 청년, 지붕 방수작업 도중 낙뢰에 맞아 /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 덕분에 겨우 목숨 건져 / 지역사회와 언론들 "수호천사이자 영웅" 찬사
미 육군 의무장교로서 낙뢰에 맞아 호흡이 멎은 21살 젊은이의 목숨을 구한 로버트 블룸 대위. 미 육군 홈페이지

미국 텍사스주에서 폭우가 퍼붓는 날 지붕 위에서 방수 작업을 하던 20대 청년이 낙뢰로 인한 감전 탓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육군 장교가 침착하고 신속한 응급조치로 이 청년의 목숨을 구해 지역사회에서 ‘수호천사’란 별명을 얻으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15일 미 육군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담의 주인공은 텍사스 샌안토니오 소재 샘휴스턴 기지 내 육군의무학교에 근무하는 로버트 블룸 대위다. 보조의사(physician assistant) 자격증이 있는 블룸 대위는 야전 의무병 교육을 받는 훈련생들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고는 지난 6월6일(현지시간) 발생했다. 퇴근 후 차를 몰고 집으로 가던 블룸 대위는 날씨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5시30분밖에 안 됐는데 하늘이 깜깜해지더니 비가 억수로 퍼붓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곧바로 번개와 천둥이 쳤다. 블룸 대위는 도로 옆 마을에 낙뢰 피해가 발생했으리라고 짐작은 됐으나 시야가 너무 어두워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얼마 뒤 긴급 출동한 경찰 순찰차와 앰뷸런스, 소방차 등이 겨우 눈에 들어왔다.

 

블룸 대위는 군생활을 하는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터키·시리아 접경지역 등 총 6차례에 걸쳐 실전 현장에 배치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그냥 지나쳐 집으로 갈 수도 있었으나 군인으로서 양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사고 현장을 통제하던 보안관에게 “육군 의무장교로 보조의사 자격이 있다”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러면서 “뭐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보안관은 “한 청년이 지붕 위에서 낙뢰에 맞아 쓰러졌다”고 답했다.

 

블룸 대위는 일단 주차를 한 뒤 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조슈아 페이버라는 이름의 21살 청년은 지붕 방수 작업 도중 낙뢰에 맞은 것으로 추정됐다. 일단은 호흡이 멎은 페이버로 하여금 숨을 쉬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비가 억수로 퍼붓는 가운데 블룸 대위는 제세동기를 가동해가며 페이버를 상대로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아무래도 병원 응급실로 후송하는 일이 시급해 보였다.

 

블룸 대위의 호출을 받은 소방관들이 페이버를 앰뷸런스에 태워 샘휴스턴 기지 내 육군병원 화상센터로 옮겼다. 페이버를 보내고 나서 ‘어떻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으나 블룸 대위는 일단 귀가를 택했다. 아내가 그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튿날 날씨는 거짓말처럼 변했다. 부대로 출근해 평소와 똑같이 일을 하면서도 블룸 대위의 머릿속에선 청년 페이버가 떠나지 않았다.

 

블룸 대위는 몰랐던 사실이지만 육군병원으로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페이버는 기적적으로 호흡이 되돌아왔다. 그가 실시한 인공호흡 시도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이 일이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블룸 대위는 순식간에 영웅이 됐다. 페이버의 가족은 그를 ‘수호천사’라고 부르며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미 육군 공보실과의 인터뷰에서 블룸 대위는 “그저 군인으로서 올바른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자신을 포함해 사고 발생 직후 자발적으로 모여든 응급의료 요원과 자원봉사자들 모두를 가리켜 ‘진정한 영웅’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여전히 화상센터 중환자실에 입원한 채 사투를 벌이고 있는 페이버의 쾌유를 기원했다.

 

“저는 그저 한 젊은이에게 고난과 싸워 이길 기회를 주는 데 조그만 도움이나마 됐다는 점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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