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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마음치유] 일과 휴가, 문제는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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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2 00:21:22 수정 : 2019-07-12 00: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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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같은 휴가, 충일한 노동 끝에 찾아와 / 일상 속 휴가 준비하면 ‘행복도’ 올라가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런저런 이유 중 하나가 정작 시간이 너무 많으면 과연 휴가다운 휴가를 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은퇴 후 하루 종일 집에서 밥만 먹다보면 배우자에게 ‘삼식이’(집에 있으며 세끼를 꼬박꼬박 먹는 사람) 취급 당할까 겁난다는 이들, 그냥 늘어져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살만 찌고 병만 얻을까 두렵다 하는 이들, 집에만 머물다 보면 사회적으로 고립될까봐 무섭다는 이들도 있다. 일을 해야 휴식의 달콤함과 의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내 땀 흘려 일하다 쉬는 일요일, 하루 종일 정신없이 보내다 잠깐 갖는 휴식은 아쉽지만, 할 일 없는 날만 보내야 한다면 부담이 될 것이다. 가장 좋은 반찬이 허기인 것처럼, 꿀 같은 휴가는 충일한 노동 끝에 찾아온다. 물론, 현실에서 언제나 뿌듯하게 의미 있는 노동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배고픔이야 한 끼만 굶으면 되지만, 재미있고 보람 있게 일하다가 꿀 같은 휴식의 시간을 갖는 행운이 말처럼 쉬운가. 때로는 휴가를 가서도 여전히 진행 중인 업무 때문에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기도 하고, 휴가 전후로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더 골치가 아플 수 있다. 또 함께 여행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와 다툼이 생겨 가지 않은 것만 못한 경우도 있다. 잔뜩 준비를 했는데 휴가지가 너무 실망스러워 기분만 더 나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만족스럽게 휴가를 잘 보내 지루하고 힘든 일터로 다시 돌아갈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까. 우선은 자기가 언제 가장 긴장을 풀고 행복한지 관찰해야 할 것 같다. 사람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맛있는 것 먹고 푹 쉴 때, 좋은 유적지 같은 곳을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닐 때, 격렬한 운동을 할 때, 음악·미술·연극·독서에 몰두할 때 등 사람마다 행복한 순간이 다 다르다. 매스컴 덕에 이른바 핫 플레이스가 된 곳을 찾았다가 사람 구경만 하고 와서 실망스럽다 말할 필요는 없다. 친구나 가족, 동료의 부추김으로 원하지 않는 이들과 원하지 않는 곳에서의 휴가 역시 고역이다. 광고나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휴가 사진은 대부분 지저분하거나 밉상인 장면은 제외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 장소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노스탤지어, 향수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설명되는 포르투갈의 ‘소다드’란 단어가 있다. 여행과 휴가의 목적에 가장 근접한 뜻으로, 오랫동안 집을 떠나면 걸리는 향수병과 반대로 일상을 접을 수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이들 양쪽이 느끼는 상반된 상실감과 허전함을 모두 포괄하는 뜻이다.

현실계를 떠나 상상계에 머물러야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지만, 반대로 무한정 상상계에만 머물면 현실에 기반을 두지 못한 채 ‘방황하는 유령’처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허상이 되기도 한다. 일상과 휴가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야 하는 이유다. 휴가와 행복지수 관계를 연구한 자료는 휴가의 만족감이 몇 주 만 지나면 사라진다고 보고한다. 다만, 다시 휴가를 준비하면 행복도가 올라간다고 하니, 먼 나라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보다는 국내 여행을 짧게 자주 가는 것이 주관적인 행복과 일상에는 도움이 될 것도 같다.

이나미 서울대병원 교수·정신건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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