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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문화재’… 고전, 발굴·복원으로 또 다른 100년 준비

입력 : 2019-06-29 17:04:50 수정 : 2019-06-29 17: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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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史의 보고’ 한국영상자료원 / 한국영화 100년 심의 받은 9493편 / 7437편 필름이나 디지털 영상 보관 / 서울·파주에 보존 체계 이원화 운영 / 국내서 유일한 필름 현상실도 갖춰 /디지털 자료, 아날로그보다 손 더 가 / 美·佛선 디지털 영화 필름에 보존 / 필요한 자료 수집 위한 예산 절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올해 100년을 맞은 한국영화사의 보고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지난 100년간 제작돼 심의를 받은 한국영화는 총 9493편.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중 78.34%인 7437편의 필름이나 디지털 영상 자료를 갖고 있다. 등록문화재인 안종화(1902∼1966)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1934) 필름이 가장 오래됐다. 국내 영화 제작업자는 1996년부터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상영 등급을 분류 받은 때에는 영화 필름과 디스크 또는 그 복사본, 대본을 한국영상자료원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고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영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의 영화 필름 등 자료 복원·보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일 경기 파주시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의 필름 검색실에서 필름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파주보존센터, 복원·보존 업무 ‘원스톱’ 처리

한국영상자료원은 복원·보존 업무의 전문화를 위해 2016년 경기 파주시에 파주보존센터를 만들었다.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면적 9092㎡인 센터는 필름 현상, 디지털 변환 등 관련 업무를 한번에 처리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필름 현상실이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원과 파주보존센터의 보존 체계 이원화로 자료 소실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파주보존센터는 원본 필름, 본원은 극장 상영용 필름을 중심으로 보존고를 운영한다. 필름 이외의 자료는 파주보존센터에 보관한다. 센터에는 국내외 영화를 통틀어 포스터나 스틸 등 이미지, 음향 자료, 비디오테이프 등 81만4719점이 있다.

화재 시 스프링클러를 쓸 수 없어 가스식 소화 장치를 갖췄다. 북한과 인접한 지리적 특수성을 감안해 재난 대비 계획도 수립했다. 한국영상자료원 측은 “매년 5월쯤 센터 자체 소방 훈련을, 11∼12월쯤 파주소방서와 합동훈련을 한다”며 “전시나 재난, 재해 시 센터 보존고의 자료를 본원으로 이전하거나 시설을 폐쇄하는 등 ‘한국영상자료원 자체 충무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의 필름 보존실.

◆디지털, 아날로그보다 손 훨씬 많이 가

‘자료를 버리지 말라. 가급적 모든 자료를 수집하라.’ 한국영상자료원의 모토다. 포스터만 해도 종류별로 3장씩 수집해 보관한다.

자료는 일일이 바코드화해 데이터베이스(DB)에 입력한다. 자료를 보존고에 넣는 건 보존 업무의 시작이다. 지난 11일 파주보존센터에서 만난 장광헌 한국영상자료원 보존관리팀 차장은 “보존 처리를 거쳐 자료를 제자리에 두는 게 업무의 50%이고 자료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나머지 50%”라며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온·항습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료 종류별로 적합한 온도와 습도가 다르다. 필름 보존실은 섭씨 5도를 기준으로 3∼7도, 습도는 30%를 기준으로 25∼35%의 범위에서 유지한다. 비디오 보존실은 섭씨 18도를 기준으로 16∼20도, 습도는 40%를 기준으로 35∼45%다.

디지털 자료가 아날로그 자료보다 오히려 손이 훨씬 많이 간다는 게 장 차장의 설명이다.

“디지털 백업 테이프는 3∼4년에 한 번씩은 꺼내 장치에 넣어 전기 신호를 주고 상태도 확인해야 합니다. 상태가 좋지 않으면 새 테이프에 옮겨 담습니다. 데이터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입니다. 디지털이 보존·관리 비용도 더 들죠. 최근 프랑스나 미국에서 디지털 영화를 필름에 담아 보존하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 “예산 확보 관건… 인식 전환 중요”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영화 100년을 계기로 ‘국내 유일의 영화 아카이브’란 한국영상자료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한상언 한상언영화연구소 소장은 “자료원의 아카이빙(archiving: 기록·보관)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일종의 매매 방식으로 기증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관련 자료들은 고가여서 소장자의 기증에 의존하게 되면 자료원이 꼭 보관해야 하는 자료를 수집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한 소장은 이어 “국가기록원이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영상 자료를 수집해 보관하는데 정부 부처 간 조율을 통해 영상 자료는 자료원이 보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감독 출신인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자료원의 고전 영화 디지털 복원 사업이 안정된 기반을 갖추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며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김 교수는 “영화는 20세기와 21세기 굉장히 중요한 문화재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K팝부터 영화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고전 영화가 복원돼 있지 않으면 보여 줄 수가 없어 지금이야말로 여론의 지지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골든 타임”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우리 고전 영화를 발굴해 복원하는 건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당장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오래된 영상 자료를 모아 복원하는 사업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주=박진영 기자, 사진=이제원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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