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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기술 유출’ 국정원, 檢·警과 공조 수사

입력 : 2019-06-20 06:00:00 수정 : 2019-06-19 23: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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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유출 해명 의문투성이 / “기술 유출이 아닌 정당한 수출…WSC사에 프로그램 12개 제공” / WSC 자료엔 “14개 공급받아”
지난해 3월26일 한국형 신형 원자로로 건설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전경. 이 원전은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핵심정비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가정보원은 19일 한국형 원전 기술이 해외로 대거 유출됐다는 세계일보의 보도(세계일보 6월18일자 1·3면 참조)와 관련해 검찰과 함께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과의 공조 수사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정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에게 “자체 수사권이 없어서 검찰과 함께 수사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며 이같이 보고했다고 이 위원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국정원은 원전 기술 유출 의혹 사건에 대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운영업체 ‘나와’(Nawah)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 A씨에 대한 조사를 위해 현지에 직원을 파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제보를 받은 내용을 토대로 국정원에 조사를 의뢰해 국정원이 신고리원전의 설계도를 넘긴 한국수력원자력 전직 간부 A씨와 유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이 위원장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특히 국회 정보위 소속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이날 경찰 측에도 국정원이 확보한 정보활동 자료와 함께 공조를 통해 신속하게 수사해줄 것을 요청했고, 경찰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한수원 등 국내 원자력 기관들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경수로 수출 대상국인 UAE를 의식해 원전 운영 진단 프로그램인 ‘냅스’(NAPS) 등 핵심 보유 기술을 해외에 너무 쉽게 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우리가 냅스를 넘겨준 미국 WSC는 한국형 경수로의 라이벌인 러시아 기술진이 운영하는 업체로 밝혀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수원은 한국형 원전 기술이 해외로 대거 유출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2015년 UAE 원전 시뮬레이터 공급계약에 따라 냅스를 주계약자인 ENEC(UAE 전력공사)에 12개 프로그램 중 9개를, 2018년 말에는 한전기술이 프로그램 전체를 WSC에 제공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문제가 된 WSC와의 거래는 ‘비전략물자’로 판정받아 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의 허가를 거친 정당한 기술수출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의문투성이라는 게 원자력 업계의 지적이다. 냅스를 제공받은 WSC는 자사 자료에서 “냅스와 관련된 14개 모듈을 공급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냅스는 1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넘겨준 전체 프로그램이 12개뿐이라는 한수원의 첫 해명부터 사실과 다르다.

WSC에 넘기는 과정에서 심사기준이 허술한 ‘비전략물자’로 지정받은 경위도 석연치 않다. 부분적인 실행 프로그램이라면 몰라도 소스코드는 전략물자 가운데 ‘전용품목’으로 분류된다. 원래 목적 이외에 핵무기 개발에 이용할 가능성이 큰 ‘전용품목’은 국내 기술 보호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핵통제 기준이 적용된다. 원전 설계업체 관계자는 한전기술이 KINAC에 프로그램 목록을 줄여 제출하는 꼼수를 부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형 원전 APR 1400

WSC에 프로그램 전체를 넘긴 것이 적절했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WSC가 그간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것은 냅스 등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의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냅스를 포함한 기술을 넘겨받으며 시뮬레이터 개발사업을 완전히 장악했다. WSC의 대표를 비롯한 핵심 기술진은 모두 러시아 사람들로 구성됐다. 러시아는 최근 국제 원자력발전소 건설시장을 휩쓸며 우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

한전기술이 냅스를 정당한 대가를 받고 팔았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한수원 출신의 한 인사는 “냅스는 장사밑천이나 다름없는 상용코드”라며 “경쟁업체에 소스코드를 넘겼다면 앞으로 시뮬레이터와 관련된 일은 국내건 해외건 모두 그 회사에 의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수원은 마치 아무것도 아닌 양 기술수출했다고만 하지 말고 원자력통제기술원에 제출한 허가신청 자료와 수출 대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원전기술 유출 사건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며 “탈원전 정책이 원전기술의 탈대한민국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술 유출’ 의혹 한수원 보안USB 3391개 미회수

 

국정원이 한국형 원자로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6개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원(한수원)이 업무용 보안USB 관리를 허술하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19일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보안USB 지급 및 회수 현황’에 따르면 한수원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지급된 보안USB 9487개 중 35.7%(3391개)를 회수하지 못했다. 해당 기간 퇴직자 중 보안USB를 받은 1181명 중 이를 반납한 직원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안USB는 일정 기간 내에 외부로 파일 반출과 출력이 가능해 회수되지 않은 USB가 외부로 원전 기술 관련 자료를 빼돌리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보안USB 지급 방식의 문제점을 인지한 한수원은 2015년 1월부터 보안USB를 대여방식으로 바꿔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이전 보안USB 관리부실과 미반납의 책임을 물어 담당직원을 징계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보안USB를 지급한 기간 309개의 USB가 분실됐지만 한수원은 분실대장조차 관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과거에 퇴직 시 보안USB를 회수하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고 관련 징계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며 “분실사유서를 제출하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별도의 분실대장이나 운영실태를 점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이창훈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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