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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수십미터 상공서 전선 점검 ‘척척’… 안전·효율 ‘급상승’ [드론 활용한 고압선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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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2 19:04:28 수정 : 2019-06-12 22: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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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안전사고 막을 대안 부상

지난 2월 말 충남 세종시에서 고압선을 자르던 노동자들이 갑자기 치솟은 불길에 화상을 입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낡은 설비를 점검하고 교체하다 대체 선로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전선에서 불이 난 것이다. 지난해 5월에는 고리원전 송전탑에서 세척작업을 하던 정모(49)씨가 3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사회 발전으로 전기설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송전과 배전 설비에 대한 관리 체계가 여전히 사람이 직접 보고 수리하는 20세기 수준에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방식은 점검 효율성 저하는 물론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은 아예 점검 자체를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근로자들의 추락 및 감전사고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송배전선 관리 드론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송전·배전 설비, 안전사고 동반 증가

한국의 전기설비는 사회와 산업의 발전 양상에 따라 계속 증가해왔다. 12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국 전기 설비용량은 2013년 8696만9000㎾에서 2017년 1억1690만8000㎾로 치솟았다. 1인당 전력소비량도 2013년 9285㎾h에서 4년 만에 9869㎾h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송전선과 배전선의 길이도 늘어났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송전 회선길이는 2013년 3만2248c-㎞(다회선 송전선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에서 2017년 3만3955c-㎞로 길어졌고, 배전 선로길이도 같은 기간 44만9684c-㎞에서 48만3463c-㎞로 늘었다.

전기설비가 늘어난 만큼 근로자들의 안전사고도 따라 증가했다. 추락과 감전 등 산업재해를 당한 한국전력 직원은 2016년 5명에서 2017년 8명, 지난해에는 14명을 기록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설문조사 결과 송전 근로자 10명 중 9명(99.5%)이 최근 3년간 안전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도 전기 근로자의 안전사고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드론’으로 사람 손 안 닿는 곳까지 척척

점검 효율을 높이고 근로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새로 떠오르고 있는 대안이 드론이다. 사람이 직접 송전탑과 전신주를 오르내리는 대신 드론을 활용하면 고압선을 상시 확인하고 위험요소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근로자 안전사고 가능성도 줄이니 일석이조다.

드론은 사람이 점검할 수 없는 고압송전로 관리도 가능하다. 한국의 송전선 종류는 66㎸ 1선, 154㎸ 2선, 345㎸ 4선, 765㎸ 6선 4가지다. 이 중 765㎸ 6선과 345㎸ 4선은 인력점검이 가능한 반면 66㎸ 1선과 154㎸ 2선은 사람이 하기 어렵다. 고압선 수가 1~2개라 사람이 올라가서 발을 디딜 수 없는 탓이다. 인력점검이 불가능한 66㎸ 1선과 154㎸ 2선은 2017년 기준 회선길이가 각각 128c-㎞, 2만2831c-㎞로 전체 회선의 67%에 달하고, 단선사고 발생률도 83%에 육박한다.

송배전선 점검 드론에 X-레이 장비를 달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전선 내부까지 정밀 촬영이 가능하다. 또 점검 드론에 표면 세척제와 전선코팅제 분사기를 달게 되면 이물질 제거와 고압선 보호가 가능해진다. 동절기에는 빙설제거제 분사기를 이용해 적설로 인한 손상과 하중 피해도 막을 수 있다.

이미 고압선 점검 드론 기술은 국내 여러 회사가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내는 수준이다. 한국전력연구원은 2017년 ‘드론을 이용한 송전선로 자동 감시운영기술’을 개발하고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도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해 송전선을 점검하는 드론을 만들어 한국전력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주)세이프어스드론은 송전선 자체에서 무선충전이 가능한 ‘볼트 스파이더’를 개발했다. 이 드론은 송전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기장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1일 점검 거리가 인력으로 할 수 있는 5㎞의 6배인 30㎞가 넘는다. 촬영용 드론으로 전선을 점검하면 1회 20분 이내 정도로 사용할 수 있는 데 비해 이 드론은 실시간 무선충전으로 사실상 배터리에 제한이 없다.

◆한국전력 전기안전 관리… “패러다임 바꿔야”

한국전력은 탈원전, 누진제 개편 등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4분기부터 적자로 들어선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629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설비교체보강 예산은 2017년 1조5675억원에서 지난해 1조1470억원으로 26.8% 감소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재생에너지 지원에 쓰는 비율이 최근 3년간 35.5%에서 47.3%로 높아진 것과 달리, 전기안전 관리에 쓰는 비율은 6%에서 5.2%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전이 적자 경영 탓에 안전 관련 예산 배정을 소홀히 해 드론 기술 도입에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송규 안전전문가(기술사)는 “드론을 이용해 송전선과 배전선을 관리하면 각종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 자명하다”며 “하루빨리 기술 도입을 시도해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드론 오작동으로 인한 2차 사고 방지책도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기 안 끊고 작업하다 사망 더 이상 없어야” 

 

"10년 전 154만볼트가 흐르는 고압송전선에서 비용 절감이라는 이유로 전기를 끊지 않고 작업을 하다 사망한 근로자에 대한 뉴스를 봤던 기억이 잊히지 않습니다.”

 

강종수(사진) ㈜세이프어스드론 대표는 1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압선 점검 드론 ‘볼트 스파이더’를 개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여전히 한국 점검원들은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고압선을 점검하는 직접활선공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돈 때문에 희생되는 귀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드론으로 무인 점검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강 대표는 한국은 특히 고압선 점검에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한국은 70% 이상이 산지로 이뤄져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 오를 수 있는 지형이 많다”며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도 어렵고 헬기를 타고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드론이 도입되면 기존 점검 인력을 해고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강 대표는 “사람이 오를 수 없어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1선과 2선 송전선을 드론을 이용해 점검할 수 있다”며 “되레 드론 조종사나 관련 인력이 필요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나 눈으로 인한 계절성 손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도 드론 점검의 이점으로 꼽았다.

 

강 대표는 볼트 스파이더의 강점으로 그리퍼 기술과 무선 충전 기술을 꼽았다. 그는 “전선을 꽉 물고 이동하는 그리퍼 기술로 태풍에 강하고 전선의 미세한 상태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며 “전선에서 흘러나오는 자기장으로 무선 충전해 점검 시간에 제한이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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