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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로 드러난 안드로이드의 이면

입력 : 2019-06-02 07:00:00 수정 : 2019-06-02 16: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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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화웨이에 안드로이드OS 지원 중단 /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등 핵심 서비스 이용 불가 / 제조사·구글 간 MADA 필수적 / 구글, EC가 5.7조원대 벌금 부과하자 유료화로 맞대응 / 공정위, 반독점 행위 조사중…"OS 묶음 판매에 초점"

“안드로이드OS는 누구든지 코드를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지만 그와 관련된 서비스 코드는 공개가 안 돼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는 안드로이드OS에 기본 탑재돼 번들링(bundling·묶음판매)하고 있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한창인 요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지난 3월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으로 구글 안드로이드OS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안드로이드OS가 지닌 이면이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안드로이드OS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제재로 구글이 안드로이드OS를 제한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긴 만큼, 추후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대한 구글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드로이드OS서 플레이스토어 빼면 사실상 ‘깡통’

 

지난 19일 구글은 화웨이에 대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린 데 따른 조치로, 향후 화웨이가 출시하는 스마트폰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지메일, 유튜브 등의 핵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중국 내에서는 대부분의 구글 서비스가 금지돼 있어 이번 조치에 따른 타격이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외 국가에서는 사실상 화웨이 스마트폰의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이번 조치로 그동안 오픈소스로만 여겨져 온 안드로이드OS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용자가 체감하지 못했던 필수 환경이 무료로 제공되어 온 탓에 절대적 가치를 체감하지 못한 것이다. 

 

안드로이드OS는 기본적으로 소스가 공개된 운영체제다. 누구나 안드로이드 소스를 가져다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구글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판매협약’(MADA)을 맺지 않을 경우 안드로이드OS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구글이 화웨이에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은 MADA에 대한 부분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화면

◆오픈소스지만 공짜로 보긴 어렵다

 

2014년 공개된 구글과 삼성 등의 협약을 살펴보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이용하기 위해 플레이스토어 탑재와 구글 검색 앱 표시, 화면마다 구글 앱 노출 등의 조건이 있다. 플랫폼은 무료로 제공해주지만, 사용자가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셈이다. MADA를 체결하지 않으면 플레이스토어 등 구글의 핵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제조사로선 MADA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안드로이드OS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질수록 MADA로 인한 제조사의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의 모바일 OS 점유율 자료를 보면 2019년 2월 기준 안드로이드OS의 점유율은 74.15%에 달한다. 그 뒤를 애플의 iOS(23.28%)가 쫓고 있고, MS의 윈도(0.29%)나 삼성의 타이젠(0.29%)은 미미한 수준에 그쳐있다. 

 

구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지난해 7월 구글의 MADA가 반독점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EC는 구글에 43억4000만 유로(한화 약 5조754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구글은 유럽지역에서 구글 앱을 유료화하겠다며 맞대응을 시사했다.

 

구글이 유럽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을 받는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스마트폰 해상도에 따라 최대 40달러(한화 4만7000원)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화웨이 사태로 화웨이 단말기 가격이 폭락한 점을 염두에 두면 값이 얼마든 제조사가 이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자체 OS를 개발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낙관적으로 보긴 어렵다. 앞서 삼성도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한 OS개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PC시장의 운영체제를 독식하고 있는 MS도 모바일 OS에서는 고전을 겪었다. 

 

◆공정위, 구글 조사…“안드로이드OS 묶음판매에 초점”

 

이런 가운데 한국 공정위는 구글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3월 “구글과 관련한 경쟁 저해 사건은 크게 검색 시장과 안드로이드OS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며 “구글은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에 마켓 파워를 전이하는 문제가 있고, 안드로이드OS와 관련한 번들링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구글은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며 조사 대상이 궁극적으로 안드로이드OS라는 점을 시사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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