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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허가 취소 파장… 남은 의문점·전망은?

입력 : 2019-05-30 06:00:00 수정 : 2019-05-29 22: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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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정황상 의심”… 세포 속인 코오롱 ‘고의성’ 입증 과제 / 코오롱 “17년전 자료… 현재기준으론 부족” / 식약처 “증거 없어 확정적 말하기 어려워” / 의학계 “신약 허가 받기 위한 욕심 작용” / 李 前회장 책임론 제기… “사기 상장” 지적도 / 심사위 심의 미통과→2개월 뒤엔 허가 / 시민단체 “특혜 의혹… 당국 검증도 소홀”

◆남은 의문점·전망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이하 코오롱)의 국내 첫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에 대해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허위로 서류를 꾸미고, 중간에 발견된 중요 사실들을 숨긴 것이 허가 취소 이유였다. 그러나 식약처 발표는 시작일 뿐이다. 코오롱이 왜 서류를 조작했는지, 식약처 검증 과정에 의혹은 없는지 등 앞으로 추가로 밝혀야 할 의문들이 적지 않다.

① 코오롱은 왜 세포를 속였나

식약처 조사 결과 인보사 2액의 성분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였다. 연골세포로 적시한 신약 허가신청 서류는 조작됐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코오롱의 고의성에 대해 “증거가 없어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정황상 의심이 된다”고만 밝혔다.

코오롱 측은 “조작은 없었다”고 항변한다. “17년 전 초기 개발 단계의 자료가 현재 기준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코오롱 해명처럼 과거엔 몰랐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코오롱티슈진이 코오롱에 이메일로 관련 사실을 알린 2017년 7월에는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의학계에 따르면 신장세포가 연골세포보다 증식이 활발하다고 한다. 골관절염 치료제에 공개적으로 신장세포를 언급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오롱이 신약 허가를 받기 위한 욕심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인보사 개발은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네번째 아이’라고 할 만큼 애착을 보였던 프로젝트다. 자칫 허가가 취소될 경우 연구·개발진이 받을 부담은 작지 않을 것이다.

고의성이 입증되면 사기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도 적용할 수 있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오전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② 코오롱 임원진은 몰랐을까

일각에선 이 전 회장 책임론도 제기한다. 그룹 최고경영자이자 인보사에 애착을 가졌던 이 전 회장이 인보사 문제를 정말 모르고 있었겠느냐는 의문이다. 이 전 회장은 그러나 인보사 사태가 불거지기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퇴직 시점이 ‘공교롭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오롱 측이 2017년 11월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에 상장했다는 점도 공분을 사고 있다. 식약처 발표대로라면 코오롱은 적어도 2017년 7월엔 성분 변경 사실을 알고 있었다.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소송을 맡고 있는 제일합동법률사무소 측은 “사기 상장”이라고 꼬집었다.

코오롱이 왜 성분을 조작했는지, 이 전 회장 등 임원진 책임은 없는지 등은 검찰 조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③ 식약처 두 번의 중앙약사심의회에서 결과가 바뀐 이유는

환자·시민단체들은 인보사 품목허가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인보사는 2017년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연골재생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2개월 뒤 다시 열린 회의에서 허가를 반대했던 위원 3명이 빠지고 5명이 새로 선임되면서 허가 결정이 났다는 게 시민단체 주장이다.

식약처는 2013년 3상 임상시험 계획 승인 당시 실시한 자문 결과와 2017년 4월 자문 결과가 상충해 종합적인 자문이 필요해 2차 회의를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차 회의에 3상 임상시험 승인 회의 참석 위원 4명이 합류했고, 1차 참석 의원 중 3명이 개인 일정 등의 사유로 불참하면서 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신규 위촉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의 성과를 내고자 허가에 속도를 내면서 검증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식약처는 “담당 직원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코오롱, ‘허가 취소’ 결정에 이의신청 준비

 

코오롱생명과학(이하 코오롱)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취소에 대한 이의신청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코오롱은 인보사와 관련해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 3건의 사전통지 공문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식약처는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경증(K&L Grade 2) 환자에 대한 임상 3상 계획 승인 취소, 의약품 회수 및 폐기 처분을 통지했다.

 

품목허가 취소와 임상계획 승인 취소는 다음 달 18일, 의약품 회수 및 폐기는 다음 달 19일에 의견 진술이 각각 예정됐다. 인보사가 법적으로 품목허가 취소가 최종 확정되려면 청문 및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코오롱 측은 회사의 의견을 표명하는 청문이 실시되기 전에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 발표를 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최종 행정처분 전이므로 인보사 허가취소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6월18일 청문에 참석해 식약처가 제기한 문제를 소상히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엄태섭(왼쪽) 법무법인 오킴스 소속 변호사와 피해자 장연호 씨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코오롱 인보사 피해환자 손해배상 청소 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편, 식약처는 인보사 투약 환자에 대한 15년간의 장기추적을 위해 모든 투약 환자의 시스템 등록을 서두르고 있다. 인보사 처방 의료기관에 환자 등록을 하도록 독려해 10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인보사 임상시험은 총 250건, 인보사 허가 후 투여는 지난 3월30일까지 3707건으로, 한 명이 여러 번 투여했을 수 있어 정확한 투여 환자 수는 파악 중이다. 현재까지 1040명이 등록돼 있다.

◆‘인보사’에 147억 투입… 정부, 국고 환수 예정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에 대한 의약품 허가 취소 결정에 따라 정부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지원된 국고 환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29일 정부 부처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인보사에 들어간 국가지원금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47억2500만원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글로벌진출사업(2015~2018년) 명목으로 인보사에 82억1000만원을 지원했다. 2015년 29억1000만원, 2016년 28억원, 2017년 25억원 등이다. 이 사업은 국내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앞서 복지부는 2002∼2005년 신약 개발을 위해 13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28일 장 종료 시까지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권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거래소 측은 주식 거래 정지 사유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산업자원부)는 바이오스타 프로젝트로 2005∼2007년 33억2500만원의 연구·개발(R&D) 기금을 지원했다. 총 사업비 100억원을 기업과 정부가 일대일 비율 매칭 방식으로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2009년 당시 지식경제부에서도 바이오의료기기전략기술개발 사업비로 18억9000만원을 받았다.

 

‘과학기술기본법’ ‘산업기술혁신촉진법’ 등과 정부 보조금 환수 등의 규정을 보면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허위로 연구 자료를 제출한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도 조만간 연구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환수 등 조처를 할 방침이다.

 

윤소하 의원은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인보사 개발에 들어간 국고를 환수해야 한다”며 “그간 임상보고서, 연구보고서가 모두 허위임이 확인된 만큼 연구진에 대한 법적 책임도 검토해 고발조치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우상규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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