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시민이 참전용사 추모한 美, 순직장병 예우 소홀한 韓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9-05-28 23:56:26 수정 : 2019-05-28 23:56:2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서울=뉴시스】25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스프링 그로브 묘지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 헤즈키아 퍼킨스의 장례식에 그와 연고가 없는 시민들이 참석해 조의를 표하고 있다. 2019.05.27.(사진 = 스프핑 그로브 묘지&수목원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의 한 6·25전쟁 참전용사 장례식에 유족 대신 시민 수천명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고 한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스프링 그로브 묘지 측은 90세 나이로 숨진 6·25 참전용사 헤즈키아 퍼킨스의 장례식 전날인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안내문을 올렸다. 고인의 딸이 건강상 이유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으니 지역 주민들이 젊은 시절 한국을 위해 싸운 미국 군인의 ‘상주’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보고 고인과 일면식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장례식에선 켄터키주 육군부대 ‘포트녹스’ 소속 군인들이 성조기를 접어 전달하는 국기 의식을 진행했고, 군악대의 나팔 연주, 백파이프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연주가 이어졌다. 오토바이를 선두로 한 수백 대의 추모 차량 행렬과 제복을 차려입은 퇴역군인들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웠다. 미시시피주의 한 커플을 포함해 수백 마일을 운전해 달려온 이들도 있었다. 묘지 측은 성명을 통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역사회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일은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에 대한 예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저력과 미국인의 자긍심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깨닫게 한다.

우리 모습은 대조적이다. 지난 24일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도중 정박용 밧줄인 ‘홋줄’ 사고로 사망한 최종근 하사의 영결식장에는 대통령과 총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남성 혐오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는 최 하사를 조롱하는 글들이 게시됐다. 사고 당시 사진과 함께 “사고 난 장면이 웃겨서 혼자 볼 수 없다. ㅋㅋㅋ” 등의 내용이 담겼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일부의 일탈이라고 하지만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군 당국은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순직 장병을 추모하지는 못할망정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장병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이들을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는 일은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본분이다. 미국은 지금도 6·25 전사자 유해를 찾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가 순국 장병들을 잊지 않는 것을 보면서 미국 젊은이들은 험지를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군에 복무하는 것이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너무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