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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휘둘러 무고한 시민 다치게 한 조현병 환자…'조현병 공포' 또다시 확산?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5-18 13:57:35 수정 : 2019-05-18 13: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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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30대 남성이 편의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특수상해 혐의로 A(38)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18일 밝혔는데요.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0시 2분쯤 부산 남구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를 손님 2명과 편의점 종업원에게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A씨는 B(20)씨가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가면서 흉기로 등을 찔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씨가 놀라 소리치며 달아나자 편의점에 있던 다른 손님 C(33)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는데요.

 

이어 C씨가 계산대 쪽으로 도망가자 편의점 종업원 D(24)씨에게도 흉기로 공격을 가했습니다.

 

피해자 3명은 각각 등과 손, 목 부위에 상처를 입었지만 부상 정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전했습니다.

 

다만 B씨는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요.

 

경찰에 따르면 A씨는 4년 전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이전에도 같은 병으로 병원 입·퇴원을 반복했습니다. 관할 정신보건센터와 경찰은 A씨를 관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A씨 어머니가 지난 16일 오후 주거지 관할 파출소를 찾아가 "통원 치료를 받는 아들이 최근 약을 먹지 않아 불안하니, 약을 먹을 수 있게 타일러 달라"고 요청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A씨를 응급입원 조치했으며, 상태가 호전되면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할 예정입니다.

 

◆'흉기 난동' 가해자 어머니 "아들이 약을 먹지 않아 불안…약 먹을 수 있게 타일러달라"

 

한편 정신질환은 조기진단과 지속치료가 중요하지만 △사회적 편견 △치료·보호 인프라 부족으로 조기발견 실패 △치료 중단 △질병 만성화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는 2016년 6만9162명에서 지난해 6만6027명으로 4.5% 줄어드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정신보건정책 방향이 조기발견·치료와 사회복귀 촉진으로 변화했으나 실질적인 지원 부족으로 성과는 미미했는데요.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조현병, 조울증, 재발성우울증 등을 앓는 중증정신질환자가 50만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7만7000명은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에 입소해있으며, 9만2000명은 지역사회 재활시설에 등록돼 관리되고 있지만 나머지 33만여 명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입니다.

 

중증정신질환은 주로 10대 후반에서 성년기 초반에 발병하는데, 초기 집중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국내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발병 후 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6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추천하는 12주보다 5배 가량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현병 환자 절반 이상(52%)은 진단 후 첫 6개월간 정기적인 외래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데요. 이후 6개월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의료계에서는 발병 후 5년을 치료를 위한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로 보고 있지만, 발병 초기 치료가 미흡한 상황입니다.

 

외래치료 중단은 정신질환의 악화와 재입원으로 이어지는데, 2017년 기준으로 퇴원 후 1개월 내 외래방문율은 62%로 WHO 가입국의 중간값이 7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재입원율은 3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1∼13%와 격차가 컸는데요.

 

퇴원한 환자의 30일 내 자살률은 0.24%로, 일반인의 10배에 달하는 등 자해 위험도 높은 편입니다.

 

◆중증정신질환 주로 1020대에 발병…초기 집중적인 치료 필요하지만 현실은?

 

정신질환을 앓은 지 5년이 넘은 만성환자는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을 통해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고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사례관리 인력 부족, 재활시설 부족 등으로 가주 지역에서 지속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정신건강 기초 인프라인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국에 237곳이 있지만, 전북 임실군 등 5개 지자체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요.

 

센터 내 중증정신질환자 사례관리 인력은 평균 4명으로, 1인당 관리대상자가 60명에 달합니다. 이런 인력으로는 집중적인 사례관리가 어렵고, 신규 등록자 발굴은 더욱 힘든 실정입니다.

 

인력 부족으로 센터 전문요원 현장 출동도 평일 주간에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신재활시설은 수도권 편중이 심각합니다. 시설 348곳 중 179곳(51.3%)이 수도권에 있으며, 시설이 없는 기초 지자체도 45.6%에 달하고 있습니다.

 

응급상황에서 24시간 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이 부족한 데다, 환자가 조기에 퇴원한 뒤 출퇴근 형식으로 병원의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낮병원' 운영도 저조한 실정입니다.

 

정신질환 총진료비는 2014년 3조8000억원에서 2017년 4조8000억원으로 3년 만에 1조원이 증가했고, 정신질환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매년 증가해 2015년 11조3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정부,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 발표…보호·재활 지원 위한 예산 더 필요

 

진주 방화살인사건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신질환자 치료·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임이 강조되자 보건당국은 최근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내년 중으로 17개 시도에 '정신건강 응급개입팀'을 설치해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사건·사고 현장에 요원을 출동시켜 응급상황 대응력을 강화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을 빠르게 확충해 요원 1인당 관리대상자를 60명에서 25명으로 낮춘다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정신건강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발병 초기 환자에게 외래진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응급상황에서 조속한 입원 치료를 권장하는 등 적절한 응급대응과 지속적인 치료·보호 제공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다만 관건은 예산이라는 지적도 나왔는데요.

 

당국은 광역시도에 예산을 포괄적으로 지원해 지역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하는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과 응급개입팀,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확충 등에 필요한 내년도 예산은 예산당국과 협의가 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정신건강 예산은 복지부 보건 예산의 1.5%에 머물고 있다"며 "인력 확충, 정신재활시설의 중앙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5%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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