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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종 미사일,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박수찬의 軍]

요격 회피 기술, 러 SLBM·ICBM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에 의해 전수·발전됐을 가능성 / 고체연료 엔진, 우크라이나 또는 러시아 기술 반입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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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8 10:00:00      수정 : 2019-05-17 15:18:2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한 사진에 등장한 무기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5일과 10일 선전 매체를 통해 지금까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신형 발사체의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릴 정도로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이 발사체에 대해 북한은 5일에는 전술유도무기라 칭했고, 10일에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리 군 당국은 “분석 중”이라는 입장 외에는 이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인지 여부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사체가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한 탄도미사일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러시아가 전술핵능력 강화를 위해 개발해 2000년대 중반부터 실전배치한 무기다. 실제로 운용된 지 10여년에 불과하고, 수출 실적도 많지 않은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한 무기를 북한은 어떻게 개발했을까.

 

◆요격 회피 기술, 어떻게 확보했나

 

지난해 2월 평양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탄도미사일.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스커드를 비롯한 기존 탄도미사일과 달리 탄두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하강 단계에서 추진과 기동을 통해 미국의 패트리엇(PAC-3) 같은 요격미사일을 피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미국이 폴란드에 미사일방어(MD)체계를 설치하자 러시아가 폴란드와 인접한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를 배치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요격 시도를 회피하는 기술의 원리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단축시킬 필요가 있을 때, 엔진에 대한 연료 공급을 중단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 고체연료 엔진 탑재 미사일은 5~6개의 연소 가스 비상배출구를 설치한다. 엔진 가동을 중단해야 할 때, 성형작약을 폭발시켜 비상배출구를 가동한다. 비상배출구에서 고온, 고압의 연소가스가 분출되면 연료의 연소는 중단된다. 엔진 가동이 멈추면 별도의 보조 로켓을 활용해 재돌입체의 속도와 자세를 정밀 조종한다.

 

이 방법은 1960년대 미국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폴라리스-A1에 처음 적용된 이후 고체연료를 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많이 쓰였다. 

 

또다른 방법은 동력비행 단계에서 컴퓨터를 이용, 궤도를 조작해 에너지를 미리 소모하는 것이다. 에너지 관리 조종 기법(GEMS)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SLBM에 쓰였지만, 프로그램 구성에 따라 요격미사일의 요격 시도를 회피할 수 있다. 러시아제 토폴-M과 같은 최신 ICBM에도 쓰인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1980년대부터 개발이 진행되어왔다. 북한은 1980년대 중반부터 냉전 종식 직후인 1992년까지 러시아의 SLBM 개발기관인 마케예프 설계국 엔지니어를 포함한 160명의 러시아 과학자들을 포섭,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진행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제재 조치에도 미사일 제작에 필요한 소재와 핵심 부품, 정밀 가공 장비가 중국 등을 거쳐 북한으로 반입된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에 적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요격 회피 기술은 러시아의 SLBM과 ICBM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에 의해 전수돼 발전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인 2017년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 열병식에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2017년 5월 21일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북극성-2형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했을 때 관영매체를 통해 북극성-2형이 송신한 지구 사진을 공개하면서 “전투부(탄두)에 설치된 촬영기의 영상자료에 근거하여 자세조종체계의 정확성도 더욱 명백히 검토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리무중인 엔진 정체…신형 개발 가능성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된 엔진의 정체는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로켓 엔진 개발은 10여년의 개발 및 검증기간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분야다.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독자적으로 엔진 개발을 진행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이유다.

 

북한 탄도미사일 엔진 기술은 액체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북한은 1970년대 스커드 미사일을 이집트에서 밀반입한 것을 계기로 자체 개발을 시작했는데, 스커드는 액체 연료 엔진을 사용한다. 북한은 이를 개량해 노동미사일과 대포동-2호 등에 사용했다.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이 2017년 8월 29일 평안남도 평성 지역에서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7년 등장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기존 엔진보다 추력이 월등히 향상된 백두산 엔진을 탑재했다. 기술적 특성이 우크라이나 국영 우주로켓업체 유즈마쉬에서 1965년 개발한 RD-250 액체연료 엔진과 유사해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불법적으로 기술을 절취했거나, 러시아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RD-250 엔진 실물을 밀반입해 백두산 엔진을 만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고체연료 엔진은 KN-02와 북극성 계열 미사일에 쓰인다. 하지만 400㎞ 이상을 날아가는 신형 단거리 미사일에 KN-02나 북극성 계열 미사일 엔진은 적합하지 않다. 또다른 종류의 고체연료 엔진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곳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다. 국영 우주로켓업체 유즈마쉬는 2015년 파산 위기에 몰렸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즈마쉬는 부인하고 있으나, 자금 확보 차원에서 북한에 미사일 관련 기술을 비밀리에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에서 기술 확보를 위한 공작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2011년 7월 벨로루시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이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국영 로켓설계국 유즈노예의 직원을 매수, 기밀 자료를 차고에서 촬영하다 우크라이나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다. 과거 구소련은 유즈마쉬에서 고체연료 엔진을 쓰는 ICBM을 생산했다. 러시아의 경우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인력 수백여명이 북한으로 넘어가 양국간 외교갈등으로 번졌다. 인력 외에도 장비나 설계도 등 기술자료로 상당수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 우크라이나 또는 러시아의 고체연료 엔진 기술이 반입됐다면, 화성-12형처럼 단기간에 신뢰성이 높은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개발 및 생산할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여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처음 등장한 무기인가

 

신형 단거리 미사일이 이달 초에 처음 등장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칸데르를 그대로 베끼거나, 해킹을 통해 기술자료를 절취해 미사일을 원본과 똑같이 만들어도, 첫 발사에서 수백㎞를 무사히 날아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여러 차례의 시험을 통해 기술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북한 탄도미사일은 비공개 시험발사→열병식 참가 또는 시험발사 공개로 이어지는 과정을 밟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북극성 SLBM의 경우 수차례에 걸쳐 수중사출시험을 실시한 뒤 실제 시험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도 2017년 3~4월 시험발사를 실시했으나 실패했다. 그해 4월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냈고, 5월 14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발사돼 고도 2110㎞, 비행거리 700㎞를 기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한 사진에 등장한 무기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신형 단거리 미사일 역시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17년 8월 26일 강원도 깃대령에서 이뤄진 탄도미사일 발사를 주목한다. 당시 저각발사된 3발의 미사일 중 1발은 폭발했고, 두 발은 250㎞를 날아갔다. 2017년에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 깃대령에서의 발사는 기종이 알려지지 않은 유일한 사례다.

 

저각발사를 한 것과 비행거리 등을 종합하면 신형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였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시험발사를 했다면, 북한은 지난해 2월 9일 건군절 열병식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릴 만큼 유사한 미사일을 보여준 뒤 이달 초에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신형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공개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과는 다른 차원의 핵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가볍고 위력이 강한 핵탄두를 더 멀리, 더 정밀하게 운반하는 탄도미사일을 만들어 핵무력의 질적 강화를 꾀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군 당국은 북한의 발사 이후 2주가 지나도록 제원은 물론 탄도미사일 여부조차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겨누는 새로운 ‘창’의 존재가 드러난 만큼, 정확하고 신속한 분석을 통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군 당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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