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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천차만별' 요구…버스 총파업 막을 '묘수' 있나 [뉴스+]

당국 대책 내놨지만 진통 예고 / 500인 이상 사업장 임금 지원 / 2년 늘리고 지자체 사업 협력 / 지역별 요구 조건 달라 어려움 / 주52시간 근무제 등 이견 팽팽 / “추가 논의 필요” 당정협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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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4 06:00:00      수정 : 2019-05-14 09:30:34

정부가 사상 초유의 버스 총파업을 막기 위해 교통 취약지역의 교통권 보장과 버스 인프라 확충 등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지원 입장을 밝혔다. 대책이 500인 이상 버스사업장을 위주로 마련된 데다가 지역별로 사정이 천차만별이어서 파업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여당은 버스업계 총파업을 막기 위해 14일로 예정된 당정협의까지 연기했다.

 

정부는 버스업계가 예고한 파업을 이틀 앞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부처 장관들 간 비공식회의인 녹실(綠室)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국민 안전과 버스의 안정적 운행을 위해 교통권 보장 및 인프라 확충, 광역교통 활성화 지원 강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지자체가 면허권 등을 가지고 있는 버스운송사업자에 대한 국비 지원은 재정 원칙상(지방사무) 수용하기 어렵지만, 교통 취약지역 주민의 교통권 보장, 버스 관련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해서는 지자체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버스노조가 주 52시간 근무 정착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해 중앙정부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는 데 대한 대책으로, 버스 사업은 ‘지자체의 권한’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선 셈이다.

 

손명수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광역급행버스(M-버스)와 광역버스 회차지·복합환승센터 등 교통안전 관련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일자리 함께 나누기 사업은 기존근로자 임금 지원기간의 경우 현재는 50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500인 이상 사업장은 1년으로 돼 있는 것을 앞으로는 500인 이상 사업장도 2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주 52시간 근무 도입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현재는 500인 이상 버스사업장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새로 사람을 뽑으면 1명당 60만∼80만원을 지원하고, 이로 인해 임금이 감축되는 기존 근로자 20명까지 40만원 한도로 1년간 지원하게 돼 있다.

 

전국 노선버스 사업장 가운데 500인 이상 사업장은 32곳에 달하는데, 16곳은 경기도에 있다. 서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어려운 경기도 지역 500인 이상 사업장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하지만 지방에는 300인 이하 사업장도 많아 버스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이 13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류근중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만나 버스파업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이날 장관회의에 앞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류근종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50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갖고 주 52시간 근무 적용에 따른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을 포함한 인력 충원 등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중앙정부의 역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버스노조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위원장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부총리가 시내버스 인허가 주무 부처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됐기 때문에 역할은 지방정부가 하는 게 맞다고 했다”면서 “부총리가 이 사안과 관계없이 시내버스 요금을 조정할 때가 됐다고 했다”고 전했다. 시내버스 요금을 올린 지 4∼5년 이상 지난 지역이 있는 만큼 주 52시간 근로 적용에 따른 인력 충원 등과 상관없이 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관계장관 회의를 토대로 당정 협의에서 논의·확정키로 했지만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당정 협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김현미 장관, 청와대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청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지자체별로 버스요금 인상이 필요한 곳도 있고, 준공영제 실시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인상) 수요가 덜한 곳도 있고, 요금 인상을 했을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분담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이 상이해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 발 묶는 일 없어야”… 비상 걸린 지자체

전국 버스노조의 파업을 이틀 앞두고 대구와 전남 영광 버스노조가 사측과 극적으로 합의안을 끌어내 파업을 철회했다. 노사간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별 노조, 사용자 등이 긴급 대책회의나 간담회를 여는 등 ‘버스대란 방지’를 위해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대구 버스노조가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13일 사용자 측과 합의해 파업을 철회했다.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22개 회사)과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구시버스노동조합(교섭대표 노조) 및 성보교통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대구시 중재 아래 단체협약에 합의했다.

 

노사는 운전기사 임금을 호봉별 시급 기준 4% 인상하며, 합의일 기준 재직 중인운전기사에 한해 지난 2월 1일부터 인상을 소급적용하기로 했다.

 

조합원 정년도 기존 만 61세에서 만 63세로 연장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각 호봉별 시급 7.67% 인상과 정년 2년 연장을 요구했으나, 시민 불편과 지역경제 여건을 감안해 임금 인상률을 하향 조정했다.

 

전남 영암군 버스노조는 이날 오후 사측과 단체협약을 합의했다. 노사는 근무일수 1일 단축과 임금동결, 만 62세로 정년 연장 등에 의견을 모았다.

 

전남 순천·여수·광양·목포 4개 지역 시내버스와 군 단위 버스 등 총 18개 버스회사의 노사는 근무시간 단축 부분에서는 진전된 협의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회 민주당은 이날 오전 경기도 버스업계 노조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양측은 15일로 예고된 파업이 실행돼 시민의 발이 멈추는 파국만은 막자는 데 뜻을 모았다.

 

서울시는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의승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근로조건 향상과 시민부담 최소화 원칙에 따라 14일 있을 지방노동위원회의 2차 조정을 통해 원만하게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버스요금 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5.9% 임금 인상, 정년 연장, 학자금 등 복지기금 연장 등 비용 상승 요소를 제기한 상태다. 여기에 서울,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를 시행하는 경기도가 지속해서 서울시에 요금 동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경기도 입장만 고려해 인상 요인이 없는 서울시도 함께 올리자고 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다른 지역에 전가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9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노조의 파업이 가결된 지역에서는 지자체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파업이 강행될 경우 시내버스 운송분담률이 64% 수준으로 떨어지는 부산시는 대체 교통수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세버스와 구·군버스 등 176대를 확보해 도시철도 이용이 어려운 지역부터 우선 투입한다. 교통량이 급증하는 오전 5∼9시, 오후 6∼10시에는 렌터카 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경남 창원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 버스 180대와 관광버스 150대를 투입하고, 택시 부제를 해제해 파업에 대비하기로 했다. 울산시 등은 택시부제 해제와 승용차 요일제 해제 등을 추진해 교통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한편 경기도에 따르면 7월부터 버스 운전기사 근로시간이 기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 도내 전체 2185개 노선 가운데 46.6%인 1019개 노선의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박영준 기자, 울산=이보람 기자·전국종합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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