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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물’ 위기 직면한 F-15, 미국에서 부활하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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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03 09:54:27 수정 : 2019-05-03 09: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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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EX의 상상도 공개…방위산업 기반 유지 위한 미 국방부 전략
보잉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F-15EX 상상도. 보잉 제공

1970년대 처음 등장한 이후 성능개량을 거듭하며 미국 공군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던 F-15 전투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F-15 전투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은 최근 홈페이지에 F-15EX의 상상도를 공개했다. 미국 내에서 노후화된 미 공군 F-15C를 대체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판촉활동에 나선 것이다. 보잉이 선보인 F-15EX는 13t이 넘는 무장을 탑재하면서 전투 지역을 360도로 볼 수 있는 센서 시스템, 적 방공망을 교란하면서 지상공격을 감행하는데 필요한 전자전 체계 등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F-15EX의 실전배치가 이뤄져도 스텔스 전투기인 F-22와 F-35를 운용하는 미군에서는 제한적인 역할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가 비행훈련을 위해 훈련 공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안보, 산업적 고민의 산물

 

F-15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미국의 1, 2차 걸프전 등에서 활약하며 그 성능을 입증한 전투기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갖춘 F-22와 F-35 전투기가 도입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전력 축소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특히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 전개했던 미 공군 F-35A가 이라크 북동부의 이슬람국가(IS) 무기고를 공습하면서 F-35A의 실전 투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F-15EX에 대한 논의가 불거진 것은 국가 안보와 방위산업 측면에서의 고민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러시아 공군 스텔스 전투기 SU-57은 올해부터 실전배치가 시작될 전망이다. 위키피디아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은 J-20과 FC-31을, 러시아는 SU-57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기존 전투기를 개량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 러시아 공군의 전투능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대응은 부족한 실정이다. 최강의 공중전 능력을 자랑하는 F-22는 190여대만 운용중이다. F-15C가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나 기술 수준이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창정비 비용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F-22와 F-35가 있지만 중국, 러시아의 스텔스 전투기 견제가 우선이다.  F-15EX를 앞세워 중국, 러시아의 비(非)스텔스 전투기를 상대하도록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방위산업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미 국방부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의 전투기 개발 및 생산 주도권은 3군 통합 전투기(JSF) 사업에서 F-35를 제시, 보잉을 제치고 사업을 수주한 록히드마틴이 장악하고 있다. 보잉은 미 해군의 F/A-18E/F 전투기와 그라울러 전자전기, P-8A 해상초계기 등을 여전히 생산하고 있고, 미 공군에 BTX 훈련기를 납품할 예정이다. 

 

하지만 3000여대의 F-35를 생산할 록히드마틴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보잉-록히드마틴의 군용기 수주 경쟁 구도가 깨지고 록히드마틴의 독주 체제가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경쟁 체제가 붕괴된다면 미 국방부는 전투기 획득 과정에서 ‘갑’이 아닌 ‘을’의 지위로 바뀔 수도 있다. 가격 협상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국방예산 지출 규모를 줄여야 하는 미 국방부 입장에서는 간과하기 힘든 대목이다.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35A가 유타주 힐 공군기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진보가 아닌 후퇴” 비판도

 

F-35의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는 것도 미 국방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F-35를 60여년 동안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조 달러(약 1160조원)를 넘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F-35가 전투기로서 요구되는 많은 임무나 비행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F-35의 부품이 부족하고, 관련 부품을 옮기거나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전투력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미 국방부 입장에서는 운영유지비와 구매 가격이 저렴한 F-15EX를 일부 도입하는 방안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카타르가 2017년 120억달러(약 12조8000억원)를 들여 F-15QA 36대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F-15EX 도입 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F-15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시점에 F-15EX를 주문해야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천대의 군용기를 운용하는 거대 조직에서 단일 기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전력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F-35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비행이 일시 중지된다면, 영공방위에 구멍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대체할 다른 기종의 전투기도 일정한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의회를 중심으로 “기술적 진보를 통한 전력 강화에 역행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F-15EX 대신 F-35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 사령관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J-20이 올해 작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태평양에서 위협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J-20 실전 배치는 미국의 F-35 아시아 지역 배치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공군 SU-35 전투기. 러시아는 기존 전투기의 성능개량을 통해 전력공백을 메우고 있다. 위키피디아

러시아도 스텔스 전투기 SU-57 양산 1호기를 공군에 배치할 예정이다. F-15EX 생산에 대해 “5세대 전투기를 늘려도 부족한 상황에서 4세대로 회귀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F-22 도입 규모를 축소하고 F-15를 유지했던 과오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구소련과의 전쟁에서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 개발됐던 F-22는 750대가 생산될 예정이었으나 190여대로 생산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그 결과 F-22의 중국, 러시아 공군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F-15EX를 둘러싼 논란은 미 공군 전력의 미래 구조를 놓고 미 국방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치열한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 공군도 F-35A와 KC-330 공중급유기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기존 전력에 대한 성능개량과 유지보수도 중요한 과제다. 미 공군의 성능개량이나 기술개발은 한국 공군 F-15K와 KF-16에도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

 

한국군은 미군의 성능개량이나 추가발주에 편승해 도입비용을 절감하면서 전력을 증강한 사례가 적지 않다. P-8A 해상초계기나 이지스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실제로 F-15EX 생산에 나선다면 기체에 적용된 첨단 기술을 F-15K 개량에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어 도입 단가나 운영유지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항공력 논란과 논의과정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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