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목표는 종합반도체강국"… 정부·삼성, '미래 먹거리' 가치 높인다

입력 : 2019-05-01 06:00:00 수정 : 2019-04-30 23:56:2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삼성 찾은 文 “파운드리 세계 1위 적극 돕겠다” / 文대통령 “우리 목표는 종합반도체강국” / 이재용 “무거운 책임 느껴… 꼭 목표 달성” / 정부 반도체산업 생태계 조성에 초점 / 설계·생산 아울러 분야별 연결 노력 / 10년내 석·박사급 융합 고급인재 육성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를 달성하고 팹리스(반도체 설계)시장 점유율을 현재 1.6%에서 1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것에 정부가 보조를 맞추며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를 계산·처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또 이번 전략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이 분야 연구개발(R&D)에 1조원이 투입되는 한편 1만7000명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이 뒤따른다. 최근 5년간 R&D 예비타당성사업 중 1조원 규모를 넘은 경우는 이번 사업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정부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동차 △바이오 △에너지 △사물인터넷(IoT) 가전 △기계·로봇의 5대 전략분야를 중심으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많거나 국내 기업이 빠른 시간 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분야에서 협력 플랫폼 ‘얼라이언스 2.0’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발굴된 유망기술은 정부 R&D에 우선 반영될 예정이다. 새롭게 1000억원 규모의 팹리스 전용펀드도 조성된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향후 10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제조업 미래를 견인할 분야의 핵심 원천·응용기술을 개발하고 해외기술 유출 방지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는 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엔진이자 미래를 열어가는 데 꼭 필요한 동력”이라며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위해 사람과 기술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매출 52조3900억원, 영업이익 6조2300억원으로 집계된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15조6400억원)보다 60.4% 감소했고, 전 분기(10조8600억원)에 비해 42.3%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윤모 산업자원부 장관, 이재용 부회장 등과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세계최초 EUV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칩 공개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삼성 133조 투자’ 발맞춰 정부도 “R&D 지원·전문인력 양성”

 

30일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선포한 것은 우리나라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반도체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미래에도 먹거리로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거 불모지에서 메모리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섰듯 앞으로 시장 규모나 부가가치가 더 크고 경기 변동의 영향도 적게 받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데 이어 정부 또한 연구개발(R&D) 지원과 관련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인 만큼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비전 선포식에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정부 관계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두 모인 것도 이러한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취임 뒤 처음으로 이날 삼성전자 국내공장을 찾은 문 대통령은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생산) 분야 세계 1위,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고 목표 달성의 시점은 물론 분야별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님께서 파운드리 등 반도체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말씀하시며 비전을 제시하시고 메이드인 코리아까지 말씀하실 때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끈기를 가지고 꼭 목표를 달성해 내겠다”고 화답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시스템반도체를 ‘4차산업혁명의 두뇌’에 비유하며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차, 바이오헬스 등 4차 산업혁명 실험의 핵심부품으로서 우리 삶과 매우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스템반도체는 정보나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 주로 쓰인다. 또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크고 또 경기 변동에 안정적인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고, 대만은 파운드리 1위, 유럽연합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강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중국 또한 거대 내수시장과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시스템반도체 확산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3% 남짓에 불과하다. 글로벌 50대 팹리스 기업 중 한국 기업은 단 1개에 그친다.

 

시스템반도체는 주력 소품종 대량생산 위주의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맞춤형 생산방식이다.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요구를 만족시킬 만한 설계기술과 고급인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업별 강점이 뚜렷하고, 설계·제조 간 분업이 체계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또한 업계의 생태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투자 및 인프라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 이번 대책은 해당 산업의 자생적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 따로 놀던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을 아울러 산업 분야별 연결고리를 이어주기 위해 균형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며 “인력양성도 과거 R&D를 통한 간접적 인력양성에서 학사, 석·박사, 실무 등 체계적 인력양성 사업을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분야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고차원적인 능력이 필요한 시스템반도체 인재를 10년 내 키워내도록 하기 위해 석·박사 과정은 융합형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삼았다. 또 민간의 시설·R&D 투자를 세제, 금융 등으로 뒷받침한다.

 

정부는 자동차, 바이오, 에너지, 사물인터넷(IoT) 가전, 기계·로봇의 5대 중점분야 위주로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많거나 국내 기업이 이른 시일 안에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분야를 선정했다. 또 정부와 반도체·수요 공급기업, 연구기관 등 25개 기관이 ‘얼라이언스 2.0’이라는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수요 발굴부터 기술기획, R&D까지 공동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민간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팹리스 수요 창출을 위해 에너지, 안전, 국방, 교통인프라 등에서 전방위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김준영·이우중 기자 papeniqu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