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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김정은·트럼프 브로맨스’ 훼방꾼 되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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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25 13:32:48 수정 : 2019-04-25 14: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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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미 압박 강화 / 북러회담 통해 비핵화 협상 우위 서려는 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첫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미국에서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북·미 핵 협상에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해 향후 북핵 진로가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북·미 관계의 생명줄과 같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브로맨스’에 ‘푸틴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서 자신과 러시아의 위상 제고를 노리고, 김 위원장과 손을 잡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지렛대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가 틀어지게 하는 훼방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 CNN 방송은 24일(현지시간) ‘북한 지도자와 푸틴의 만남, 트럼프가 질투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정은·트럼프·푸틴 간 삼각관계를 조망했다. CNN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에 공동 성명이나 합의문이 나오지 않을 것이나 이번 만남은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날 “미국과의 대화가 흔들리자 북한이 러시아에 의지하려 든다”고 전했다. 미국의 안보전략 분석 전문기관은 ‘스트래트포’도 “북한이 러시아에서 대안 찾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마중 나온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 등 러시아 인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의 노림수

 

북한은 지난 2월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장 복원, 신형 전술 유도무기 시험과 함께 미국 고위 당국자를 겨냥한 인신공격에 나서고 있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지목해 “평양에 와서 비핵화를 애걸하고, 뒤돌아서는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저질적인 인간됨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 부상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멍청해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절 비판을 삼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카드’를 손에 쥔 채 푸틴 대통령을 찾았다. AP 통신은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푸틴과의 관계에서 승리를 얻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CNN은 “푸틴과의 회담은 일종의 쿠데타이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CNN에 “김 위원장이 딜을 위한 쇼핑에 나섰고, 다양한 플레이어가 서로 반목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승리하는 협상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함으로써 새로운 북·미 회담을 하거나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6자 회담 재개를 주장했다. 스트래트포는 “북한이 현재 미국과의 양자 회담에 집중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성과를 얻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관은 러시아가 6자 회담을 제기하면 북한이 이것을 북·미 협상의 대안으로 삼아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활용하려 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스몰 딜’과 ‘빅 딜’로 대립했다. 김 위원장은 북핵 협상의 단계별 접근 방식을 내세웠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로 맞섰다. 뉴욕 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 대적할 수 있는 우군을 찾아 나섰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김 위원장의 단계별 접근 방식과 대북 제재 해제를 지지했고,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서 이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TASS=연합뉴스

◆푸틴의 이중 플레이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대체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전 당시에 러시아 측과 공모한 의혹을 파헤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가 최근까지 계속됐다. 뮬러 특검의 수사를 통해 러시아가 해킹 등을 통해 미국 대선 과정에 깊이 개입하려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러시아를 글로벌 파워로 재부상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이 막다른 길에 도달하면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푸틴의 꿈을 이용하려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러시아의 6자 회담 부활 시도는 트럼프에게는 나쁜 뉴스”라며 “트럼프는 줄곧 역대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해왔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김정은·푸틴 회담이 북핵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러시아가 미국의 비핵화 목표를 훼손하고, 혼란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CNN은 “푸틴이 지난 수개월 동안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의 과정에서 사이드라인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제 러시아의 스트롱맨 대통령인 푸틴은 자신이 원하던 무대로 돌아와 국제 외교와 관심의 중심에 서려고 한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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