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 지난 21일 발생한 ‘부활절 연쇄 폭발 테러’ 사망자 수가 350명을 훌쩍 넘은 가운데,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격퇴’ 선언에도 중동 이외의 지역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여전한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IS 가담 흔적은 불분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2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당국이 밝힌 사망자 수 321명은 이날 359명으로 늘어났다. 밤사이 500여명의 부상자 가운데 목숨을 잃은 이가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용의자 18명이 추가 체포되면서 이번 테러 관련 구금자도 58명으로 늘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테러 배후를 자처한 IS에 대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친 점령지를 잃었지만 스칼리프국(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밖에서 대학살을 초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IS가 점령지는 잃었지만 이념적 영향력은 잃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WP는 IS가 새로운 형태로 재조직됐으며 특히 SNS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S는 이날 스리랑카 테러 공격을 수행한 7명의 가명과 공격 대상이 된 호텔, 교회를 지목하는 등 배후를 자처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테러 주체로 지목한 NTJ의 우두머리 자흐란 하슈미가 IS 수괴를 향해 충성 서약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나왔다. 전·현직 관계자를 인용해 WP는 스리랑카 남성 약 40명이 IS에 합류해 폭탄 제조법과 테러방법 등을 익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NTJ는 망치로 불상의 머리를 부수는 수준의 테러를 저지르던 군소조직이었는데, IS 기지에서 일종의 훈련이나 도움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대테러 담당 부보좌관을 지낸 후안 자라테는 “IS의 관여 정도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IS의 주장이나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IS가 직접 지역 조직과 소통했을 수도 있고, 조직원 파견이나 테러 계획 지원 등 조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시도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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