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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획일적 주입식 교육 여전 ['2019 미래교육' 현장보고서]

입력 : 2019-04-21 14:53:47 수정 : 2019-04-21 14: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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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래 인재 못 기르는 학교교육
드론과 자율주행차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인공지능(AI)이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빛의 속도로 바뀌는 세상을 따라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요즘 미래교육이 화두로 떠올랐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미래교육 체제를 수립하고, 올해 안에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에 자문기구로 미래교육위원회를 발족했다. ‘초지능·초연결·초융합·초가속’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소통·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부르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세계일보는 이에 현재 한국 교육이 미래 세대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21세기의 능력’을 길러줄 준비가 돼있는지 그 현황과 과제 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19세기에 고안된 형태의 교실에서, 20세기에 태어난 교사들이, 21세기를 살아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학교 교육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소장 의견과 맥을 같이 한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연구원도 “한국에선 여전히 교육이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 개인적 성공을 위한 서열 매기기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다양한 학생들이 스스로 적합한 적성과 희망을 찾고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 교육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19일 ‘4차산업혁명과 미래교육’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그야말로 잿빛 일색이다. 지금과 같은 학교 교육으로는 빛의 속도로 변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는 커녕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우울한 결론에 다다른다. 현재 교육으로 4차산업혁명에 어울리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피력한 응답자는 11.3%에 불과했다. 현장 교육전문가와 대·중소기업의 인사 담당 및 4차산업혁명 연구자들 모두 대체로 암울한 현실에 공감한다는 얘기다.

학부모·교사단체·대학교수 등 현장의 교육계 인사들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실명으로 응답한 교육계 인사 68명 중 현재 학교 교육에 기대를 거는 응답자는 6명(8.8%)으로 10명 중 한 명도 채 되지 않았다. 대·중소기업의 인사 담당과 4차산업혁명 연구자들 가운데 실명으로 답한 27명 중에서도 6명만 긍정적으로 봤다.

 

왜 그럴까. 이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다양성과 창의성이 실종된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을 가장 자주 언급했다. 이밖에 △정부 규제와 지원부족 △교사·학교의 역량 부족 △미래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

설문 응답자들은 미래 초·중·고 교육에서 가장 변화가 클 영역(복수응답)으로 ‘4차산업혁명에 맞춘 인재상 변화’(73명, 60.3%)를 꼽았다.

올해 초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미래 직업 기초 능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년 뒤 가장 중요한 직업능력으로 △위기 대처 능력 △대응력 △미래 예측력 등이 꼽혔다. 응답 결과에는 초·중·고 현장에서의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으론 이같은 직업능력을 기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렸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자가 ‘학습환경 변화에 따른 교사 역할’(54명, 44.6%)을 선택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래 대학 교육에서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올 영역(복수응답)으로는 가장 많은 전문가가 ‘대학 통폐합 등 구조조정 촉진’(90명, 74.4%)이라고 답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거란 자조섞인 얘기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당장 2년 뒤인 2021년부터 대학 정원이 고등학교 3학년생보다 많아지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사회 변화 중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복수응답)으로 ‘저출산·고령화’(78명, 64.5%)가 ‘정보통신기술(ICT) 혁명’(74명, 61.2%)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의 연장선 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래 교육의 위기를 느낀 전문가들은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을 환영했다. ‘국가교육위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119명 중 9명(7.6%)에 불과했다. 교육계 인사 68명 중에선 3명뿐이다. 이념, 정권을 좇는 교육이 아닌 ‘백년대계’를 바라는 열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입시 제도에 지친 학부모 등 67명(56.3%)은 국가교육위가 교육 관련 사회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동의’ 또는 ‘동의’라고 답했다. 이어 ‘국가교육위에 청소년, 학부모, 교직원 의견을 반영하는 기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무려 10명 중 8명(101명, 88.8%)의 전문가가 동의를 보냈다.국가교육위의 법적 지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국가교육위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해 대통령, 국회 등으로부터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행정부와 국회로부터 독립된 기구’ ‘헌법을 근거로 하는 헌법기구’ 등의 응답에는 절반을 밑도는 51명(42.9%)이 몰렸다. 반대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25명, 21%) ‘대통령 소속 독립행정기구’(23명, 19.3%), 교육부 내 심의기구(10명, 8.4%) 등 국가교육위의 지위가 기존 제도권 내에서 한정돼야 한다는 응답도 58명(48.7%)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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