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 공화제로 한다.”(임시정부 헌장 1조) “임시정부는 국토 회복 후 만 1개년 내에 국회를 소집한다.”(헌장 10조)
100년 전 ‘오늘’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독립지사들은 임시헌법을 제정하고,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는 민주 공화국을 선포했다. 후일 한국 독립운동의 ‘실질적, 정신적 지주’였던 상하이 임시정부는 이렇게 시작됐다.
하루 전인 1919년 4월 10일 진선푸루(金神父路) 22호의 셋방에 모인 독립지사 29명은 제1차 임시의정원 회의를 열고, 밤새 토론을 거듭해 국호 ‘대한민국’을 결정했다. 이준식 독립기념관장은 “3·1운동을 통해 수립된 임정이 ‘대한민국’ 국호를 사용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의 뿌리가 이곳에 있다”고 평가했다.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년’ 기념일 전날인 10일 상하이를 찾았다. 애국지사와 항일 운동 흔적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시간의 흐름을 100년 전으로 돌린 듯 비분에 찬 지사들의 목소리가 행사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주상하이 한국 총영사관은 지난 8일∼오는 12일을 ‘한국주간’으로 선포하고, 특별전시회, 학술세미나, 유적지 방문, 기념식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中 “게으른 민족에서 위대한 자유정신의 민족” 한국 평가 급반전
3·1운동과 임정 수립은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을 180도 변화시켰다. 이전까지 중국은 멸망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무능을 비판하고 ‘뒤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각성한 민중 주도 독립운동인 3·1운동과 민주 공화국을 선포한 임정 수립으로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났다. 이후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잇따른 의거에 “중국이 못한 일을 조선 청년이 했다”며 흠모의 분위기도 새롭게 생겨났다.
인식 전환은 5·4운동의 정신적 지주인 천두수(陳獨秀)의 생각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국 공산당 창시자인 그는 당시 대표적인 중국의 지식인이다. 그는 “국민은 게으르고, 군신은 탐욕스럽고, 나라가 병합된 후 오히려 흥하고 도적도 없어졌다”고 할 만큼 조선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3·1 운동 이후 “조선의 독립운동은 위대하고, 절실하며 민의에 의거한 비폭력 운동으로 세계 혁명사에 신기원을 마련했다”고 극찬했다. 또 “조선인의 자유사상이 계속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특히 당시 중국 매체는 임정 독립운동에 큰 관심을 보였다. 상하이 신보(申報)와 시보(時報)는 한인독립운동가를 ‘지사’(志士)로 호칭하고, 독립활동을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상하이 유력지인 시사신보(時事新報)는 임정이 수립된 1919년 4월 11일 당일 대한민국 임정 수립과 임시헌법 10개 조항을 자세히 설명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10일 한국 독립기념관과 상하이 푸단(?旦)대가 공동으로 개최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중 공동항일투쟁’ 학술세미나에서 학자들은 “3·1운동과 임정 활동은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변화를 가져왔고, 후일 한·중 공동항일투쟁의 자산이 됐다”고 평가했다. 쑨커즈(孫科志) 푸단대 역사학 교수는 “중국 민간은 시종일관 임정의 독립운동에 확고한 지지를 보냈다”며 “임정이 중국에서 27년간 투쟁할 수 있던 것은 양국 인민 모두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역사전시회’ 개막식 200여명 참석… 中 인터넷 생방송 1600만명 시청
전날 밤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역사의 교훈, 미래를 그리다’ 특별전시회 개막식에는 200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두 시간 전 찾은 전시회장은 마지막 조정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들은 전시물 배치에 여념이 없었고, 한쪽에서는 개막식 리허설로 분주했다.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전시물 배치와 공연 마지막 작업으로 거의 어제 모든 스태프가 밤을 새웠다”고 전했다. 30여개 중국 매체가 보도하는 등 현지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판 파워블로거’인 왕훙(網紅) 리리(里里)씨는 현장에서 인터넷 생중계를 했는데, 약 160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하이=글·사진 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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