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교착국면을 타개할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개최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 앞서 미 정부의 ‘매파’ 인사들을 먼저 만난다.

우리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전 핵심 참모진을 따로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9일 “문 대통령이 11일 오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담당 주요 인사들을 접견할 예정”이라며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보좌관을 먼저 만난 이후 펜스 부통령을 접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들의 대북정책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주요 인사들의 대북정책 성향을 다 알아보고 대처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의 생각을 좌우할 사람들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무진의 생각이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를 수 있고, 일부에서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판’을 만들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문 대통령이 비핵화의 단계별 이행, 이른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에 대해 미국 측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는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세운 뒤 연쇄적인 ‘스몰 딜’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자는 게 핵심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전망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스몰 딜을 고집한 결과 하노이회담이 결렬됐는데, 약간 조정해서 굿 이너프 딜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낼 실질적 조치가 있기 전 제재 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과 조율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어 “무리수를 두면 북·미에서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큰데, 문 대통령이 조심하면서도 관철할 것은 해야 하는, 몹시 어려운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부원장 또한 “굿 이너프 딜이나 조기수확은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부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간 이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내기보다는 한·미가 공조를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공조해 나가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봤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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