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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은 ‘뇌의 병’… 마음으로 깨닫다

입력 : 2019-03-30 02:00:00 수정 : 2019-03-29 19: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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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 환자가 된 신경과학자 / 성격변화·망상 등 몸소 겪으며 / 고통받는 이들에 동질감 느껴
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심심/1만6800원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심심/1만6800원

 

저자는 30년간 신경과학자이자 분자생물학자로서 정신질환을 연구해 온 학자다. 조현병의 원인을 찾는 데 관심이 특히 깊다. 고국 폴란드를 떠나 미국에 온 뒤에는 국립정신보건원에 근무하며 수천 마리의 쥐를 해부했다. 주목받는 뇌과학자로 자리 잡은 저자는 상상도 못 했던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이 뇌를 파헤쳤던 ‘쥐들의 복수’가 아닐까 싶은 끔찍한 병에 걸린 것이다.

2015년, 그의 정신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이상하고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뇌에 전이된 흑색종으로 인해 정신질환에 빠져들었다. 기괴하고 급격한 추락이었으나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 두 달을 보낸 뒤 행운과 획기적 과학 발전, 가족의 지원 덕분에 그런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정말이지 희귀한“ 경험을 책으로 정리했다. 정신질환을 다룬 책이 적지 않으나 본인의 체험을 고백하고, 전문가의 시각을 더해 설명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저자는 “말도 못하게 복잡한 뇌라는 구조물”과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발병과 함께 두드러지게 나타난 증상은 성격의 변화였다.

5월의 어느 날, 몸이 불편하기는 했으나 딸과 사위, 손자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들떠 평소 기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딸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선로 사고로 7시간가량 기차를 타야 했다. 딸을 만나는 순간부터 짜증이 치밀었다. 평소라면 딸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지 말해주었을 것이나 그날은 욕이 튀어나왔다.

“암트랙(미국 철도여객공사), 이 망할 것들.”

딸은 물론 사랑스럽기만 하던 손자들에게까지 짜증이 치솟았고, 딸의 집에 있는 이틀 동안 누구를 만나든 기차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어느 날은 집에 찾아온 해충 방제 서비스 회사의 직원이 약품 성분을 제대로 모른다고 닦아세웠다. 그 직원이 “나를 독살하려는 놈”이라는 의심까지 더해졌다. 증상이 더욱 악화해가면 저자는 자신의 머릿속 상상과 현실의 괴리를 ‘음모론’으로 메꿨다. “가족과 직장 동료를 점점 더 의심하게 되었고…특히 내 가족이 나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확신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 그즈음 저자의 뇌, 특히 전두엽은 “죽음을 부르는 전쟁터”였다. 뇌로 전이된 암세포가 전두엽을 공격했고, 그것이 성격의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전두엽이 손상된 사람들은 성격이 상당히 많이 변해, 때로는 기괴하다 싶을 정도의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성공한 뇌과학자인 바버라 립스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을 결정하는” 뇌에 발생한 문제와 정신질환이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낙인을 지적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두엽은 세계에 대한 인식부터 가장 사적인 생각과 상상까지 인간 의식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는 영역이다. 특히 전두엽의 앞쪽 윗부분 전두피질은 “인간의 본질을 결정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정신을 회복한 후 저자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고통받는 타인에게 이런 연결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 뇌의 문제와 정신질환의 관계를 설명하면서도 저자는 종종 정신질환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법 또한 발견되지 않은 수수께끼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신질환은 ‘뇌의 병’이라는 점이다.

“정신질환을 향한…사회적 낙인은 여전하다. 정신장애는 본질적으로 생리학적인 문제다. 관상동맥 질환이 심장의 병이듯 정신질환은 뇌의 병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정신질환자들은 종종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 뭔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 취급을 받는다. 환자 가족들에게도 낙인이 찍힌다.…정신질환을 대하는 가장 적절한 태도는 공감과 치료법을 찾으려는 헌신임을 깨닫게 하는 일에 나의 이야기가 도움되었으면 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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