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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혁신리더십] 스마트한 경영의 시작은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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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8 20:47:15 수정 : 2019-03-28 20: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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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고객 니즈 분석 맞춤형 상품 개발 / 직원 채용때도 활용… 장기적 경쟁력 높여

설 연휴가 끝난 직후 한 은행의 콜센터에 고객이 전화해 “아이들 세뱃돈 받은 걸로 적금에 가입하려고 하는데 좋은 상품 없나요” 하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이 은행은 고객이 전화를 걸어 은행상품에 대해 물어보면 즉시 대화 내용이 텍스트로 변하는 STT(Speech To Text)시스템이 가동돼 상담내용을 문서화한다. 모바일과 이메일로 상담한 내용도 문서화돼 당일 저녁 데이터 분석이 이뤄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하루 동안 고객이 가장 많이 문의했던 상품이 무엇이고, 어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는지 키워드로 나타난다.

고객이 상담한 내용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은행은 다음날부터 설 연휴기간 아이들이 받은 세뱃돈으로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싶은 부모가 전화를 하면 콜센터 직원이 특정상품을 추천하고, 특별 우대금리와 사은품을 한정기간 제공한다는 마케팅을 시작했다. 덕분에 만 5세 이하 영유아 명의로 적금 계좌 4700여개가 새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전년 설 연휴 직후 판매된 1666개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실적이었다.

이 사례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첫째, 그냥 열심히 일한다고 성과가 나거나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스마트하게 일하고 전략적으로 일하는 것이 성과를 위해 더 중요해진다. 그리고 기업활동을 전략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데이터라는 사실이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은 연설할 때만 외쳐대는 구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기업활동의 최전선에서 매일 성실하게 접목되고 실천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방법론이자 성장의 원동력이어야 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왜 ‘데이터는 과거 원유처럼 성장과 변화의 주역이 됐다’고 이야기했는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는 ‘우리는 고객과 시장, 조직운영에 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으며, 이를 기업운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매일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혁신과정에 활용하려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데이터는 고객과 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테스트해보고 직원의 반응을 데이터화해 최적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고객에 대한 데이터 못지않게 중요하다. 매년 신입직원을 300명씩 선발하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볼 때, 절반은 A방식으로 뽑고 절반은 B방식으로 뽑아 1∼2년 후 어떤 방식으로 뽑은 직원이 더 몰입도가 높고 좋은 성과를 내는지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이렇게 선발하면 좋은 인재가 되겠지 하는 바람으로 신입직원을 뽑는 기업과 다양한 조합으로 선발해 결과를 비교해 보고 데이터를 축적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은 비교 불가능할 것이다. 21세기에는 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진지하고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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