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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인식” vs “사적인 대화”…SNS서 부적절한 발언 처벌 기준은?

입력 : 2019-03-27 07:00:00 수정 : 2019-03-27 07: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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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0)씨는 얼마 전 불필요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모두 정리했다. 최근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단체대화방에서 타인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에 휘말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까지 단체대화방에서 성희롱 발언이나 불법촬영물을 본적은 없지만, 혹시 모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모르는 사람이 많거나 불필요한 단체대화방은 모두 탈퇴했다”고 말했다. 

 

최근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단체대화방에서의 부적절한 대화가 문제로 지적됐지만, 여전히 단체대화방 관련 추문과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편에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화의 기준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단체대화방을 지인 간의 사적인 공간으로 보는 관점과 공공성을 지닌 공간으로 보는 관점이 충돌하는 것이다.

 

◆단체대화방 뿐 아니라 1대1 대화라도 모욕죄 성립 가능

 

다수의 전문가는 단체대화방에서의 대화가 제3자나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공연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공연(公然)성’이 인정된다고 해석한다. 공연성이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언행은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누군가 혼잣말로 욕설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체대화방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특정인을 향한 욕설을 했다면 모욕죄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모욕죄는 점점 폭넓게 해석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논란이 되는 인물이나 커뮤니티에 빗댄 표현을 모욕으로 해석한 판례도 있다. 2017년에는 회사 동료에게 “네가 최순실이냐”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법원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또 특정인에게 ‘메갈리아’, ‘워마드’, ‘일베충’, ‘한남충’ 등으로 불렀다가 모욕죄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급기야 단체대화방이 아닌 1대1 대화방이라도 공연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의 공유기능이 활성화되면서 타인에게 유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6년에는 한 여성 치어리더를 비방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프로야구 선수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성희롱 발언은 모욕죄, 불법촬영물 유포는 성범죄

 

가수 정준영의 경우처럼 단체대화방에 성관계 영상을 올리면 더 심각한 범죄가 된다.  불법촬영물 유포는 성폭력특별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단순 호기심에 불법촬영물을 공유했더라도 유포죄, 불법촬영물을 올리도록 부추긴 경우도 교사 또는 방조죄가 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없는 단체대화방에서의 성희롱 발언은 성범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이 경우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전제 하에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 

 

단체대화방에서의 성희롱 발언이나 부적절한 대화는 그릇된 성의식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단체대화방을 사적인 영역으로 보고 농담이나 장난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일조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기본적으로 여성 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단체대화방과 관련한 추문을 야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성 역할에 대한 의식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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